"숨진 중학생 아들이 침수 상황서 차 문 열어 차에 갇힌 어머니 탈출시켰다"
'너만이라도 살라'며 내보낸 아들 끝내 숨져…생존자 비롯 중학생 유족 비통
![]() |
↑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된 50대 모친 김씨 / 사진=연합뉴스 |
지난 6일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침수 현장에서 아직까지 비극의 흔적이 지워지지 못한 가운데, 극적으로 구조된 마지막 생존자 50대 여성 김모씨가 함께 나섰던 15살 아들을 잃었다는 사연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숨진 김군이 생사 기로에서 50대 모친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말은 "엄마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김군의 유가족은 8일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연합뉴스 기자에게 "사랑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해요 아들이… 엄마는 그냥 듣고 방법이 없잖아, 너무 힘드니까…"라고 전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군의 유가족 중 자신을 매형이라고 밝힌 이는 사고 당일이었던 지난 6일 김군이 차를 빼기 위해 자신보다 먼저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 어머니를 뒤따라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주차장에 내려간 김군은 급격히 빗물이 불어나 차 안에 갇힌 어머니를 발견한 후, 운전석 문을 열어 어머니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
↑ 아직 침수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 사진=연합뉴스 |
열리지 않는 차문과 씨름을 벌이는 사이 지하 주차장의 수위는 어느덧 가슴께 까지 차올랐고, 이미 체력을 소진해 지상까지 탈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설득해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생사의 기로에서 어머니를 두고 돌아서야 했던 아들은 어머니의 설득 끝에 "엄마 사랑한다.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뗐습니다. 차오른 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 모친 김모씨는 이런 아들에게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고, 안타깝게도 이것이 모자가 나눈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아들이 출구 쪽으로 사라진 후, 김씨는 지하주차장 천장과 배수관 사이에 생긴 작은 '에어 포켓' 사이에서 14시간을 버텼고, 마침내 7일 오후 9시 14분쯤 기적적으로 소방당국의 수색대원들에 의해 구조됐습니다. 당시 김씨는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긴 했으나 의식이 명료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
↑ 아직 침수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 사진=연합뉴스 |
잃은 줄만 알았던 김씨가 극적으로 생환하자 가족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결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김씨가 생환한지 3시간여 만인 8일 오전 0시 35분쯤 지하 주차장 뒤편 계단 인근에서 김군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김씨에게도 이 소식은 전해졌고, 김씨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비통에 빠졌습니다. 구조된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졌던 김씨는 12시간 후 일반실로 옮겨지며 몸을 회복하던 중이었는데, 자신만 구조되고 아들은 구조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연합뉴스가 포항시청의 한 공무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바에 따르면, 모친 김씨는 '내가 왜 여기에 있냐. 내 아들은 어딨느냐
본인보다 아들의 안전을 먼저 챙기며 '너만이라도 살라'고 아들을 보낸 어머니와, 평소 어머니를 잘 따라 '엄마 껌딱지'로 불렸으며 위기의 순간 어머니를 구한 아들의 생사가 엇갈린 '비극 속 기적'에 누리꾼들 역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