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도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툰 작가 과로사…업계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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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웹툰 작가 / 사진=연합뉴스 |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는 웹툰 '록사나'의 작화 작가가 유산을 한 뒤에도 업무 부담으로 작품 연재를 지속해야 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며 웹툰 작가들의 살인적인 업무 환경과 노동 강도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웹툰산업이 급성장하며 웹툰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됐고, 같은 플랫폼 내에서도 작품 간 질과 양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작가들의 업무 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소 연 2차례 정도는 정기 휴재를 보장해 작가의 건강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은 지난달 말, 올해 7월 시즌2 연재를 재개한 작가가 트위터에 직접 이를 밝히며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7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록사나의 작화 작가는 지난해 초 유산이라는 아픔을 추스를 틈도 없이 1월 31일 작품을 공개한 뒤 같은 해 6월 22일까지 록사나 시즌1을 연재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작품은 5주 연재 후 1주 정기 휴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비정기 휴재까지 포함해 시즌1 동안 휴재 기간은 총 5주였습니다.
해당 작가의 폭로가 있은 후, 웹툰 업계는 고질적 병폐로 지목돼 온 웹툰 작가의 노동 환경과 건강권 논란에 재차 휩싸였습니다. 웹툰 작가들은 무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살인적인 강도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매주 수천 개의 웹툰이 쏟아지는 데다가 독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웹툰의 컷 수는 늘리고, 작화는 더 화려하고 높은 퀄리티로 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웹툰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 회당 평균적인 컷수는 40~50컷에 불과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웹툰 작가 계약서에서 제시하는 한 회당 기본 평균 컷수가 60~70컷으로 올랐고, 채색 역시 기본값으로 자리 잡아 작가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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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페이지 웹툰 ‘록사나: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이미지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
권창호 사단법인 웹툰협회 사무국장은 "작가의 절대적인 노동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한선을 회당 60~70컷에서 40~50컷 정도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본값으로 설정된 회당 컷 수의 하한선을 낮춰놔야 작가들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모든 작가들이 최소 연 2회의 휴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권 사무국장은 "주요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든 작가가 상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은 쉴 수 있어야 한다"며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쇼핑몰이 정기 휴무를 하듯이, 모든 작가가 1년에 2번 정도는 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플랫폼이 결단해주면 좋겠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웹툰 작가들의 과도한 작업량과 살인적인 업무환경이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7월 23일에도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을 그린 장성락 작가가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강도 때문에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웹툰 작가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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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페이지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티저 이미지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이에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지난달 8일 성명을 통해 "(장성락 작가의 비보에 대한) 슬픔의 시간을 넘어 업계의 여러 문제 중 과중한 노동강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며 "업계가 형성해온 살인적인 고강도 업무환경은 엄연한 현실이며, 과도한 작업량을 멈추지 않는 한 이 순간에도 웹툰 작가는 죽어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협회는 "자체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작가 가운데 90% 이상이 일주일에 60~70컷 분량을 소화하는데 버거움을 느끼는 상태"라며 "작가의 상황을 이해하고 건강권을 보장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작가가 살아야 업계가 산다. 작가가 소모품이 되어선 안 된다"고 작가의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업계 관계자들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연이어 업무 강도 문제로 도마에 오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작가님을 직접 찾아뵙고 힘든 일을 겪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며 "대화를 통해 작가님이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겠다"고 휴재 공지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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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페이지 / 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이 같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휴재 공지에도 여론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고, 결국 카카오엔터는 다시 한 번 이용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해야 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기존 성장방식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뒤돌아보며, 플랫폼과 창작자 간 창작 시스템 및 연재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작품 창작 및 연재 시스템, 작가와의 소통 채널 강화 제도 등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충실한 개선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창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굳게 약속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웹툰 작가들의 건강 문제가 반복적으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웹툰 플랫폼과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 프로바이더), 작가 등 웹툰 산업을 둘러싼 업계 관계자들의 구체적 논의와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