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생뚱맞기까지 한 이 서양 속담의 역사는, 고대 트로이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스 오디세우스가 나무로 거대한 말을 만들어 그 안에 날랜 무사 수십 명을 숨겨두고 후퇴하는 척하자, 여기에 속아 넘어간 트로이군은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놔 결국 패망하게 되지요.
컴퓨터 바이러스의 이름이기도 한 '트로이목마'는 적을 속이는 암수이기도 하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교착상태를 타개할 탁월한 발상의 전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당의 혼란을 수습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법적 쟁송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 말씀드립니다.'
국민의힘이 추석 연휴 전날인 8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새 비대위 출범 속도전에 나선 건, 추석 명절 밥상 민심에서 여당의 난맥상이 더는 회자 돼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는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에도 가처분 소송을 냈지요. 여당 지도부의 운명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법원 판단에 따라 또 바뀌게 됩니다.
정치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율하는 일을 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정당을 결성한 건데, 정작 자체 내 갈등도 해결 못해 법원으로 달려가는 당을 그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요.
명절 밥상 민심이 무섭겠지만, 긴 내홍을 끝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명절 동안 민심의 고견을 더 들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바늘허리에 실 매는 식으로 서두르다간, 추석 기간 욕먹는 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거든요.
'한 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라고 하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겨우 4개월, 초조하기에는 아직 기회가 많고, 만회할 시간도 충분합니다. 과연 이 길이 맞나, 제대로 좀 방향부터 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국민의힘 '시간'이 필요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