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딱 좋은 사람을 일컫지요. 그런데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이 호구 취급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한 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조지아주 전기차 투자 외에도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14조 원의 대미 투자를 하겠다는 통 큰 발표를 했고, 바이든은 '생큐'를 연발하며 '결코 현대자동차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16일 이런 일이 벌어지죠.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한 것입니다. 미국민 가정에 번영과 진보를 가져오는 법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효시키면서 현대자동차 등에 비수를 꽂은 거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됐을 때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해 한국산 전기자동차의 대미 수출을 사실상 막아버렸거든요.
중국은 한술 더 뜹니다. 한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조차 차별해 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지요.
이렇게 한국 전기차가 해외에서 온갖 차별을 받으며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데, 참 희한하죠. 한국 정부는 국산이나 외산이나 전기차 보조금 차별이 전혀 없습니다.
올해 1,0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미국산 전기차에 지급할 거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2,000억 원이 넘을 거라 하거든요.
이러니 한국인이 낸 세금으로 한국 전기차가 아니라 외국 전기차를 육성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제 상호주의 원칙을 되새겨, 보다 영리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는 전기차 보조금이 역으로 한국 전기차 산업에 치명타를 주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기업 경영에는 국경이 없지만, 산업에는 엄연히 국적이 있습니다. 이걸 잊으면 바로 '글로벌 호구'가 되는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한국은 전기차 호구' 아는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