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파워를 요구하는 역도엔 힘을 제대로 쓰게 도와주는 숨은 공신이 있습니다. 바로 선수들이 허리에 두른 가죽벨트입니다. 척추를 보호하고, 복강 압력을 높임으로써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해주거든요.
이처럼 허리띠는 극한의 상황이나 힘의 집중이 필요한 때 요긴하게 쓰입니다. 어려운 살림살이를 견뎌내려 각오를 다질 때도 '허리띠를 조인다'고들 하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우리가 재정은 건전하게 가지고 가야 된다. 그래서 이 기조를 위해서도 정부의 씀씀이는 줄일 수 있으면 줄이겠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합니다.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내년 총지출 예산안은 올 추가경정예산 680조 원을 기준으로 6%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국민 눈길을 끈 발표가 또 있었습니다. 허리띠 조이기 차원에서 장·차관급 이상의 임금을 동결하고, 10%를 반납할 것이란 얘기였죠.
이들의 충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허리띠 조르기 말고 뭐 다른 대안은 없느냐, 국민에겐 지갑을 열라면서 장·차관과 간부급 공무원의 급여는 동결, 삭감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는 말도 나왔죠.
사실 2020년 초에도 당시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4개월간 장차관급 급여의 30%를 반납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별 주목을 받지 못했고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죠.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나쁘면 감독이 할 일은 하루빨리 성적을 끌어올리는 겁니다. 팀의 실력을 끌어올릴 복안 없이 자기 급여를 반납해 한국 축구의 위기 극복에 동참하겠다고 한다면, 그 누가 공감을 할까요.
국민은 정부에 임금 반납보다는 고물가 고금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주길 더 애타게 바라고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장·차관 '급여 삭감' 왜 감흥 없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