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n번방'으로 불리는 미성년자 성 착취물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엘'이라 불리는 가해자는 과거 박사방 조주빈 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추적단 불꽃'을 사칭하고, 박사방과는 달리 "성 착취물이 있으니 대화방에 끼워달라"며 기존 텔레그램 방에 들어가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교묘히 추적을 피한 '엘'은 현재 잠적한 상황입니다.
먼저 김태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 착취 범행을 저지른 '엘'의 수법은 과거 n번방·박사방의 운영 방식보다 진화했습니다.
지난 1월, 엘은 피해자에게 자신이 과거 n번방 사건을 취재한 '추적단 불꽃'이라며 피해자의 사진을 유포한 가해자를 붙잡아주겠다고 접근합니다.
도움의 손길은 곧바로 협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불꽃'의 일원이었던 대안미디어 '얼룩소' 소속 원은지 에디터가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 인터뷰 : 원은지 / 대안미디어 '얼룩소' 에디터
-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벌면 내가 이제 이 가해자를 해킹을 해서 가해자를 검거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식으로 혼을 좀 빼놓는 겁니다."
피해자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게 장시간 대화로 몰아붙였고, 지인들에게 사생활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미성년자들은 강제로 성착취물을 찍었고 엘에게 약점을 잡힌 뒤부터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확인된 피해자만 6명.
성착취물을 손에 넣은 엘은 박사방 조주빈과는 다른 수법으로 성 착취물을 공유했습니다.
텔레그램 방을 직접 운영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성착취물을 담보로, 많게는 5천 명이 있는 성 착취 방에 들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추적을 피하려고 닉네임과 아이디도 계속 바꿨습니다.
▶ 인터뷰 : 원은지 / 대안미디어 '얼룩소' 에디터
- "적어도 3~4번 이상은 계속 닉네임을 바꿨던 정황들이 있고요. 수사기관의 눈에 덜 띄는 방법으로 택한 게 일대일 대화를 통해서…."
피해자는 다른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제 바라는 건 '엘'이 검거돼 무기징역을 받는 것뿐입니다.
경찰은 엘을 추적하고 있지만, 언론보도 이후 엘은 활동을 멈추고 잠적한 상태입니다.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취재 : 김형균 VJ
영상편집 : 오광환
그래픽 : 임지은
화면출처 : 대안미디어 '얼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