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생활고와 건강문제 등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경기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정부의 위기가구 지원 체계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복지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암과 희귀질환 투병 중이던 '수원 세 모녀'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습니다.
중한 질병·부상이라는 위기 상황이 있다면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할 경우 3인가구 기준 125만8,400원의 생계 지원비와 1인당 300만원의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생계·주거급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될 수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정부·지자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문턱이 높아 복지 혜택을 스스로 포기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수원 세 모녀' 마지막 길 공영장례로. /사진=연합뉴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접근성 강화방안 연구'(김태완 외)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의 주요 원인은 신청의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신청자가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다"면서 복잡한 절차로 인한 중도 포기 등을 지적했습니다.
제출해야하는 서류에는 법이 정한 신분확인서류, 사회보장급여 신청서, 본인 금융정보, 부양의무자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일부 급여), 임대차계약관계 증빙 서류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서류는 제도 진입을 가로막는다고 보고서는 꼬집었습니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관련 준비 서류가 이전보다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습니다. 반면 법이 정한 처리 시한은 30일~60일로 전보다 2배가량 늘어나 즉각적인 지원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보고서는 "가족단절, 이혼 등 가족사적 문제로 관련 서류를 받지 못해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신청자 스스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경우 정부가 대신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보고서에 따르면 '낙인감'도 신청을 꺼리는 이유입니다. 상담자의 경력이 많지 않거나 사회복지직이 아닌 공무원이 상담할 경우 신청자가 불쾌감이나 낙인감 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업무 담당자에 대한 상담과 사례 기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상담실 사용이 어려우면 제3의 장소에서 모바일, 태블릿PC 등을 통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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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께 이들이 거주하는 연립주택 건물 관계인이 "세입자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내용의 신고를 112에 접수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소방당국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 신고 접수가 들어온 집 문을 강제 개방해 들어가 집 안에서 여성으로 보이는 시신 3구를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족의 죽음이 알려지자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위기가구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복지정보시스템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주거지에 사는 분들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