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영아에 '치사량' 투약 후 태연한 위로…"기도할게요"

기준치 50배 '에피네프린' 약물 투여
진단서엔 "심근염으로 사망"
경찰, 수간호사에 살인죄 검토

↑ 제주대학교병원. /사진=연합뉴스

의료사고로 13개월 영아를 숨지게 한 간호사가 담당 의사와 가족들에게 해당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월10일 영아 A양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다음 날 제주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병원 도착 13시간 만에 A양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알고 보니 간호사가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치료 약물을 정맥주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담당 간호사와 수간호사는 응급조치 내내 이러한 사실을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어제(22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당시 중환자실 앞에서 울음을 터트린 A양의 엄마 앞에 나타난 수간호사는 태연히 '기도하겠다'라며 위로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이는 끝내 병원에 온 지 36시간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과다 투약 사실이 담당 의사에게 보고된 것은 투약 발생 후 3일이 지난 14일이었습니다.

수간호사는 아이 부모와의 통화에서 "(담당 간호사가) 죄책감에 빠지고 울고불고 해버리니까 판단을 잘못했다"라며 의료사고 보고를 못 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담당 간호사에게는 과실치사 혐의를, 수간호사에게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 / 사진=연합뉴스

한편, 당시 담당 의사는 호흡곤란 증상이 있던 A양을 치료하기 위해 '에피네프린'이란 약물 5㎎을 희석한 후 네블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킬 때 사용하는 약물입니다.

에피네프린을 영아에게 주사로 놓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만약 주사로 놓는다면 적정량은 0.1㎎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간호사는 담당 간호사는 이 약물 5㎎을 정맥주사로 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