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물폭탄'
10년 전인 2011년 7월, 언론에 등장한 표현입니다. 당시 중부지방 폭우를 가리켜 '100년 만의 물폭탄'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지난 8일 다시 등장했습니다. 집중호우로 집이 물에 잠기기도 하고, 비 피해가 심각하자 나타난 표현입니다. '100년 만의 폭우'가 10년 만에 등장한 셈인데요. 자주 쓰이다보니 헷갈리는 '100년 만의 폭우', 공식기록인지 파악해봤습니다.
■ 종로구 송월동이 '기준값'
기상 관련 통계를 낼 때는 과거의 자료를 측정한 곳과 같은 곳에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기준값'이 같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115년 전인 1907년에 일본이 송월동에 기상청을 세운 이후 송월동 관측소의 측정치가 '기준값'으로 오래 쓰이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1998년에 동작구로 이전했지만, 일관성있는 자료를 위해 서울의 기상 자료는 송월동에서 계속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 내린 비는 '100년 만의 폭우'로 볼 수 있을까요?
■ '381.5mm' 내린 동작구…최대 강수량?
지난 8일 서울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린 동작구의 일 강수량은 381.5mm입니다.
이는 동작구에 있는 기상청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 측정된 값입니다.
동작구에 있는 AWS는 1994년에 설치됐기 때문에 동작구의 일 강수량 381.5mm는 '28년 만의 최고치'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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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MBN(문승욱 인턴기자) |
그러면 이번 폭우 때 등장한 '80년 만의 최대', '102년 만의 최대', '115년 만의 최대'와 같은 표현은 틀렸다고 봐야할까요?
강수량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8일 밤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동작구엔 141.5mm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는 1942년 8월 5일 서울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었던 118.6mm를 뛰어넘은 겁니다. 또 2011년 7월 26~28일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당시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1시간 최다 강수량인 113mm보다도 많습니다.
또 이날 동작구의 하루 강수량은 381.5mm를 기록했습니다. 그전에 가장 많았던 강수량은 1920년 8월 2일에 관측된 354.7mm입니다.
동작구 강수량을 설명하면서 비교 기준점을 1942년으로 본다면 '80년 만의 최대', 1920년으로 잡는다면 '102년 만의 최대'가 됩니다. 기준 시점을 아예 1907년으로 볼 수 도 있습니다. 이때는 '115년 만의 최대'가 됩니다.
다만 이 기록은 '공식 기록'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울 강수량의 측정 기준값은 종로구 송월동의 '측정값'이기 때문입니다.
기상 통계는 같은 기준을 놓고 비교해야한다는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이번 폭우가 분명 이례적인 폭우였지만, 공식적으로 몇 번째라는 표현으로 수식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100년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값을 대조했을 때 쓸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 '100년 만의 공식 물폭탄'은 아니더라도 조심해야 하는 이유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번 집중호우 당시의 동작구 일 강수량, 시간당 강수량 등을 놓고 '100년 만의 폭우'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100년 동안 측정한 수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100년에 한 번 볼까말까했던 기록적인
김태림 기자 goblyn.mik@mbn.co.kr
취재지원 : 문승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