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발로 결국 지시 철회
지시 내린 후 4일 뒤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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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을 책임지고 사퇴한 지 약 2주가 지났지만, 사퇴 전 교육부 간부들에게 '만 5세 입학'에 대한 정책 홍보를 '맘카페'에 하라고 지시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박 전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맘카페' 홍보를 언급한 건 지난 4일 실장·국장·과장급이 참석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입니다.
박 전 장관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홍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간부들에게 '맘카페'에 접속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댓글을 남기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에 더해 간부들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이행한 결과를 요약해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보고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박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등의 내용이 담긴 새 정부 업무 계획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취학 연령을 앞당겨서 국가가 책임지는 대상을 확대하고 출발선 상의 격차를 해소하는 한편, 졸업 시점도 앞당겨 보다 빨리 사회에 진출하도록 한다고 이 정책의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학부모들과 교육 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도 "교육부가 무심코 발표하는 정책이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져다줬다"는 취지의 비판을 냈습니다.
박 전 장관의 '맘카페 댓글 홍보 지시'는 이렇게 비판이 거센 상황 속에서 이를 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실제로 '맘카페 댓글 홍보'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정책 홍보가 아닌 여론 선동이 될 수 있다는 내부 반발과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 전 장관은 '맘카페 댓글 홍보' 지시를 내린 지 나흘 뒤인 지난 8일 긴급
박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다.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5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후 34일 만에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