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특별법 재심 권고대상 사각지대 해결
인혁당 사건 피해자 및 유족 수억 원대 이자 면제
![]() |
↑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안양교도소 이전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좌)과 최대호 안양시장(우) / 사진=법무부 제공 |
18일 법무부 과천청사에서는 법무부와 안양시의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안양교도소 이전사업' 업무협약식이 열렸습니다.
협약식에서는 한 가지 흥미로운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바로 업무협약의 주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대호 안양시장이었다는 점입니다. 또 협약식에는 안양동안구을이 지역구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해 한 장관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여의도에서 한 장관과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부터 시작해 최근 검찰 수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까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도소 이전과 구치소 현대화, 지역 발전이라는 해묵은 난제 해결을 위해 양측이 손을 잡은 겁니다.
![]() |
↑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악수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사진=법무부 제공 |
법무부와 안양시는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유기적인 업무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이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사업'은 안양교도소 부지 일부에 구치소 등 법무시설을 조성하고 나머지 부지는 안양시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지난 1963년 준공된 안양교도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로, 인근 신도시 개발로 교도소가 도심지로 편입된 점과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지난 1997년 이후 25년간 이전 요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 범위와 추진 방식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역의 대표적 숙원 사업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25년 난제' 해결에 물꼬가 트인 겁니다.
최 시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시의 행정력뿐 아니라 법무부 등 정부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작지만 함께 할 때 큰일을 할 수 있다'는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해 법무부와 손을 잡은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한 장관은 "저와 야당 소속 지자체장님, 의원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뜻을 모으는 것이 25년 묵은 난제 해결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업이 정부와 지자체가 자기가 속한 진영논리와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협력하여 국가와 지역 발전을 견인한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하며, 법무부는 오직 국익과 시민들의 이익만 보고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진영과 정치 논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한 장관의 평소 소신이 그대로 드러난 발언입니다.
![]() |
↑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
진영 논리에 연연하지 않는 한 장관의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달 초 한 장관이 검찰에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청구 대상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게 대표적입니다.
한 장관의 지시로 70여 년 전 제주 4·3사건 당시 군사재판뿐만 아니라 일반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피해자들도 검찰의 직권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이른바 '인혁당 빚 고문'에 시달려온 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 구제에 나선 것도 한 장관이었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 6월 인혁당 사건 피해자인 이창복 씨에게 초과지급된 국가배상금 지연손해금을 면제하는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이라고 지시한 데 이어, 지난 14일 또 다른 피해자 유족들에게도 이자를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은 과거 국가 배상 소송에서 승소해 배상금과 이자 일부를 미리 받았지만, 이후 대법원 판결이 뒤집히면서 수억 원에 달하는 이자들 물어야 할 처지였습니다.
한 장관은 이자 면제 조치에 대해 "진영논리를 초월하여 민생을 살피고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국가의 임무를 다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과거 보수 정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제주 4·3 사건과 인혁당 사건에 대한 한 장관의 적극적 행보를 두고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민주당 소속인 오영훈 제주지사는 법무부의 제주 4·3 사건 직권청구 대상 확대 결정에 대해 "억울하게 형을 살며 누명을 쓴 일반재판 수형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 장관에게 "인혁당 이자면제 문제들에 대해서 단번에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을 달리 봤다는 평가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
↑ 대검찰청 외경 / 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민주당과 한 장관의 관계가 순탄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 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앞두고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주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민주당과 한 장관이 본격적인 2라운드에 들어갔다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민주당과의 갈등 국면은 형사사법 시스템 문제뿐 아니라 법무부 소관 법무행정 분야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는 새 정부 첫 업무보고에서 이민청 설립, 촉법소년 연령 하향, 교정공무원 및 수용자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추진 과제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국회 다수
[ 서영수 기자 engmat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