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침수사고 82%, 시간당 강우량 35mm 이상일 때 발생"
"강우량 38.5mm 이상이면 침수사고 위험 4.17배 높아져"
전례없는 기록적 폭우로 서울이 한 차례 물난리를 겪은 가운데, 현대해상이 1년여 전에 폭우 시 서울 강남 지역이 침수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확인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대해상의 사전 경고에 관계 당국이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번 폭우에서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거란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1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교통기후연구소는 지난해 6월 29일 '장마철 교통사고 특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번 강남 지역의 폭우 피해와 거의 유사한 차량 침수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강우량, 서울의 침수 위험 지역, 침수 위험 시간 등으로 분석했습니다.
당시 현대해상 교통기후연구소는 해당 보고서를 언론에도 배포하며, 2012년부터 2020년까지 8년 동안 서울에서 발생한 차량 침수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의 82.3%가 강우량이 시간당 35㎜ 이상일 때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소는 강우량이 38.5mm 이상이 되면 침수사고 위험도가 그 이하일 때보다 4.17배 높아진다며, 강우량 38.5mm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그 이상이 되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연구소는 서울시에서 전반적으로 지대가 낮은 강남구, 서초구에서 침수 사고의 46.0%가 발생했으며, 퇴근 직후(오후 8∼10시, 18.3%)와 출근 직전(오전 6∼8시, 14.5%)에 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일어났다고 분석하며, 폭우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주차 위치를 적절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보고서가 나온지 약 1년이 흐른 지난 8일, 서울 강남과 서초구 등에는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차량 수천 여대가 물에 잠기는 대규모 침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날 쏟아진 폭우는 서초구 396㎜, 강남구 375.5㎜, 금천구 375㎜, 관악구 350㎜, 송파구 347㎜, 구로구 317.5㎜ 등 이었으며, 특히 강남 일대의 차량은 침수 피해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차량 침수 사고 발생 이후부터 손해보험사들에 접수된 수입차 피해는 12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3,279대였으며, 추정 손해액은 827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중 80% 이상이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피해 상황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연구소의 작년 보고서를 보니 서초구와 강남구, 퇴근 시간 등 최근 폭우 침수 사고와 유사한 점이 적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습니다.
현대해상은 이번 침수 피해는 막을 수 없었지만, 향후에라도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운전자들의 안전 운행을 위한 당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침수 지역에서 차량 운행 시 타이어의 3분의 1 이상이나 배기구가 물에 잠긴다면 차량 내부로 물이 들어가 엔진이 고장 날 수 있는 만큼, 곧바로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게 좋습니다.
침수 지역을 통과할 때는 시속 20km 이내로 천천히 운행하고, 급제동 시 엔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해 폐차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급제동은 삼가는게 좋습니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침수 지역을 고속으로 통과할 경우 제동거리가 정상 운행 때보다 30% 정도 길어져 사고 위험성도 더 높아집
이외에도 물이 운전자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면 서둘러 차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지체할 경우 차 밖에서 가해지는 수압에 의해 차 문이 열리지 않아 운전자가 차 안에 갇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침수 도로에서 시동이 꺼지면 시동을 다시 걸지 말고 견인 차량을 이용해 차를 이동시켜야 합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