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따라 '부산유엔기념공원' 안정 예정
![]() |
↑ 한국전쟁 영국군 참전용사 제임스 그룬디 씨. / 사진 = 부산 남구청 제공 |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시신수습팀으로 복무하면서 유엔기념공원 조성을 도운 영국군 참전용사 제임스 그룬디(James Grundy) 씨가 지난 8월 10일 새벽(영국 현지시각) 향년 91세로 별세했습니다.
10년 넘게 암투병을 한 그룬디 씨는 지난 8일 목 안에 생긴 종양의 조직검사를 위해 영국 맨체스터 병원에 입원한 뒤 급성 폐렴으로 이틀 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현지에서 알려왔습니다.
고인의 평소 유언에 따라 영국 현지 장례식을 하지 않고 한국으로 유해를 옮겨와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유엔기념공원 측은 "이달 중 영국에서 고인의 주검을 인도받아 9~10월 유엔기념공원에서 장례식을 겸한 사후 안장식을 가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룬디 씨는 오래전부터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는 전우들과 함께 묻히기를 희망해 왔고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의 사후 안장을 승인받았습니다.
1931년 6월 22일 영국 맨체스터 에클스에서 태어난 그룬디 씨는 1951년 2월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입대 전에 장의사로 잠시 일한 경력으로 전투현장을 돌며 미처 수습하지 못한 아군의 시신을 되찾아 오는 시신수습팀 임무를 수행해 영국군 외에 미군과 한국군 등 90여 명의 주검을 수습했습니다.
수습된 영국군 대부분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습니다.
1988년 국가보훈처의 재방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다시 방문한 그는 이후 30년 넘게 매년 자비를 들여 혼자서 방한해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전우들의 묘역을 보살펴 왔습니다.
10여 년 전 척추암 판정을 받아 주치의사의 만류에도 매년 한국을 찾아왔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간 방한하지 못하다
이런 노고를 인정받아 부산 남구청은 2019년 5월 그룬디 씨를 명예구민에 선정했습니다.
또 최근 명예부산시민으로도 선정돼 오는 10월 5일 부산 시민의 날에 부산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증 수여를 앞두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안진우 기자 tgar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