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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 정책은 느닷없이 나왔다. 윤 대통령 공약도 아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도 없었던 정책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의 주요 내용으로 발표했다. 시·도 교육청이나 국회 교육위원회, 교원단체 등 어느 곳과도 협의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더 일찍 질 높은 공교육을 받게 해 격차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박 전 장관은 "취학연령 하향이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이다. 먼저 만5세가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학교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아동은 정서적 유대감과 자아 정체감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지금도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지도가 힘들다고 한다. 정서적 유대감과 자아 정체감이 덜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조기 입학이 조기 사교육을 조장할 가능성도 높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뒤쳐질 것을 걱정한다. 그럴 경우 조기 사교육에 나설 수밖에 없다. 만5세와 만6세가 동시에 입학하면 나중에 대학 입시 경쟁률도 높아진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이 같은 불이익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지금도 학부모가 원하면 조기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는 제 나이에 학교를 보낸다. 조기 입학이 아이에게 불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조기 입학보다 오히려 입학을 늦추려는 학부모가 더 많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정책은 과거 정부에서도 시도됐다.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취학 연령을 낮추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고 9월 학기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철회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논의됐지만 정부 안에서도 반대가 나오자 흐지부지됐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사와 전문가들도 만5세 조기 입학에 부정적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반대한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 정책을 교육부 장관이 뜬금없이 내놓고 대통령이 잘 해보라고 맞장구를 쳤으니 한심할 뿐이다.
박 장관의 사퇴로 만5세 입학 정책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학부모를 비롯해 학계와 교육계 등 여러 주체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는데 일단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제 개편 등 교육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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