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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딩줄. /사진=연합뉴스 |
구강으로 음식 섭취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사용하는 피딩줄(feeding tube)이 갑자기 유료화되자 환자와 간병인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피딩줄은 식사 때마다 사용하는 일회용 의료기기로 뇌 질환자, 암 환자 등 구강으로 음식 식사가 어려운 환자들은 피딩줄로 코와 장을 연결해 영양분(경장영양제)을 섭취하는 콧줄 식사를 합니다.
지난달 1일 전까지는 경장영양제를 구매하면 용량에 맞춰 피딩줄이 무상으로 제공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피딩줄이 유료화돼 환자와 간병인들은 하나당 600원 정도의 피딩줄을 따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양제를 공급하는 제약회사 측은 피딩줄의 갑작스러운 유료화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실시한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제도'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유통 구조의 투명성 및 위해 제품 추적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수입·유통 단계별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를 의무화했는데, 2등급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피딩줄은 지난달 1일부터 공급 보고 대상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제조업자·수입업자·판매업자 등은 의료기기 공급자와 공급받은 자의 정보, 제품정보, 공급정보 등을 매월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보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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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약처 공고 캡처. / 사진=식약처 |
제약사 측은 "기존에 피딩줄 생산업체로부터 별도로 납품을 받아 영양제 구매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왔던 것"이라면서 "공급내역 보고 시행으로 앞으로는 무상 제공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존에 무상으로 제공돼 왔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을 이해한다"면서도 "마진도 거의 남기지 못하고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피딩줄이라도 식약처가 보고 대상에서 제외해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공급내역 보고와 관련해 기존대로 무상 제공하면 처벌받는 규정이라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급내역 보고 시행과 피딩줄의 유료화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보고가 시행됐다 해도 피딩줄의 가격을 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료화를 한 것은 식약처의 사업과 전혀 관계없는 공급 업체의 선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자와 간병인들은 피딩줄 유료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자택에서 간병을 하는 A씨는 "피딩줄 구매로 1년에 택배비 등을 포함해 100만 원 가량이 더 드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이 된다"며 "피딩줄은 목숨줄과도 같은데 이걸 갑자기 유료화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 노인분들 등 피딩줄을 사용해야 하는 환자가 굉장히 많다"며 "나라에서 사회적 약자인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전처럼 무료 공급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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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딩줄 판매처 캡처. / 사진=연합뉴스 |
본인도 투병 중인 한국폼페병환우회 관계자는 "병원에서 안내 종이 하나만 주면서 이제 알아서 구매하라고 한다"면서 "갑자기 왜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국내에 유통되는 경관식 중 보험급여가 되는 것은 단 2가지"라며 "업체 독과점으로 환자의 제품 선택권이 좁을 뿐 아니라 피딩줄 자체도 온라인 구매가 서툰 분은 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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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딩세트 온라인 구매 안내문 / 사진 = 한국폼페병환우회 제공 |
뇌 질환 환자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도시락을 주면 젓가락을 주듯 피딩줄 지급은 당연한 것인데 유료화는 말이 안 된다"며 "개당 가격은 낮아도 매일 쓰는 것이다 보니 추가된 부담이 환자나 간병인을 너무 힘들게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