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월급주면서 툭 하면 비상"
"하위직에서는 들고 일어나자는 얘기도"
↑ '공무원 임금 7%인상 촉구 및 인력 확충' 기자회견에 나선 전국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회 / 사진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현 정부 공무원 정원 감축과 임금 동결 기조에 반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2030 청년 공무원들은 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벌였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오는 10일 대규모 집회에 나설 계획입니다.
↑ '공무원 임금 7%인상 촉구 및 인력 확충' 기자회견에 나선 전국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회 / 사진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 임금 7%인상 촉구 및 인력 확충'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을 구호로 외친 김거성 서울시청지부 청년위원장은 "공무원이 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옆집 선배의 사탕발림에 속아서 3년을 죽자 살자 공부해서 합격했더니 집안의 큰경사라고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9급 1호봉 급여가 168만 6500원이라고 차마 말을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정부의 1%대 공무원 급여 인상 방침을 꼬집으면서 "2023년도 공무원 급여를 1% 인상한다고 하면 1만 6850원, 짜장면 두그릇 값도 안 되는 돈으로 청년공무원들에게 집 사고, 결혼해서, 출산장려하는 코메디같은 나라"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서울시청 자유게시판에는 '어떻게 5년 만에 공무원 직업이 쓰레기가 될 수 있죠'라는 게시글이 조회수 10189를 넘어섰고, 댓글이 104개나 달려있다"면서 "아니 어떻게 공무원이 볼품없는 직업으로 전락했나? 이러면서 국민들에게 시민들에게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하라는게 말이 되는가?"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따위 돈 받으면서 왜 정치인들이나 윗사람 눈치 보고 일 해야되나? 이 정도 월급주면서 수방, 폭염, 폭설, 태풍, 감염병 툭 하면 비상걸고"라며 "이제는 청년 공무원이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대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2030청년위원장은 "공무원이 되면 적당한 월급을 받고 때가 되면 승진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노후에 연금도 받을 생각에 든든했다"면서 "공무원이 되고 나니 현실은 달랐다. 제 월급은 기여금, 세금 40여만 원을 공제하면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식비, 교통비, 월세, 학자금 대출 등을 갚고 나면 제 통장에 남아있는 것은 사실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공무원 월급은 작년에 0.9%, 올해는 1.4% 올랐다"면서 "사실 물가가 오른 걸 생각하면 월급이 오히려 4.7% 줄어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직의 경우 9급에서 8급 승진에 5년 이상, 8급에서 7급 승진에 7년 이상이 평균적으로 걸린다면서, 심지어 최근에는 9급에서 8급 승진 적체로 8급 대우수당을 받는 일까지 생겼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다"며 "연애도 결혼도 사치인 것 같고 내 집 마련은 더더욱 어렵다. 더 이상 미래를 설계할 수도 없고, 인간다운 삶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 막대한 업무량, 악성민원 등으로 공직에 들어온 청년 공무원들이 자살, 과로사로 공직을 떠나가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그렇게 고생하며 일해 온 청년공무원들의 월급까지 사실상 삭감하고 인력을 감축한다니, 현실이 참담하고 암울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력 감축을 중단하고 임금 7%를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공무원 임금 7%인상 촉구 및 인력 확충' 기자회견에 나선 전국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회 / 사진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이런 가운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오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삼각지역 인근에서 '임금인상 쟁취, 인력감축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공무원노동조합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벌일 예정입니다.
참석 예정 인원은 2천여 명으로 전공노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함께 주관합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경제위기에 따른 국가재정 절감과 고통 분담을 내세우며 공무원보수위원회를 파행으로 몰아가 1%대 임금인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정부는 매년 1%씩 5년 동안 5%의 공무원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일만하다 죽어라'고 벼랑 끝으로 내몰고 국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행태"라며 "8월 중순 경 기획재정부가 2023년 공무원 보수인상률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어 대통령실과 기재부를 압박하기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인력 감축은 실제로 진단을 하고 필요한 만큼 한다면 이해가 되는데 일괄적으로 수치를 정해 추진하려 한다"면서 "현장 인력은 일에 치여 계속 그만두는데 현장을 너무나 무시하는 처사"라고 현 정부 공무원 감축 기조를 비판했습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입직 5년 미만 공무원이 매년 수천 명씩 공직을 떠나는데, 새 인력 충원은 곧바로 이뤄지지 않아 결원이 상시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현직 공무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으로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이 35명, 과로사가 130여명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7급 공무원 1호봉이면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면서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평균 5% 이상 올랐는데 공무원 임금은 오르지 않으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봉 대비 과로에 시달리는 하위직에서는 다 들고 일어나자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공공부문 임금은 계속 줄이고 업무는 과중되고, 연금은 줄면서 청년 공무원들은 공직에서 계속 이탈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저녁에 아르바이트라도 하게 겸직금지 규정을 풀어달라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예전처럼 공무원 쥐어짜면 지지율 올라간다고 보나 본데 그런 시대 끝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올해 7급 공무원 시험에는 785명 선발에 3만 3527명이 지원해 평균 4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1979년 이후 최저치입니다. 접수 인원은 지난해보다 5420명 감소했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올린 한 7급 공무원의 글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