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잔디 떼다가 집 마당에 깔기도
↑ A 씨가 사용한 가상화폐 채굴기. / 사진=연합뉴스 |
국내 5대 그룹의 한 계열사 간부가 각종 비리와 일탈을 저지르다 적발돼 퇴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대기업의 지방 시설 관리 책임자였던 A 씨는 2019년부터 작년 5월까지 3년간 매일 24시간 회사 전기를 사용해 가상화폐 채굴기를 작동시켰습니다. 처음에는 한 대였지만 나중에는 두 대로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이 채굴기를 숨기기 위해 하청업체 시설관리 기사들 방에 설치했는데 엄청난 소음과 열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기사들은 결국 참다못해 작년 회사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회사 감사팀은 A 씨가 3년간 쉬지 않고 채굴한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가치는 3,800만 원, 불법으로 사용한 전기료는 450만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 A 씨가 설치한 개인 골프 연습장(왼쪽)과 회사 잔디를 떼 차에 싣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비리는 또 있었습니다.
A 씨는 관리 시설 안에 개인용 실내 골프연습장을 만들고 밤늦게까지 연습하며 소음을 내 야근하는 직원들이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또 회사 잔디를 떼다가 자신의 집 마당에 갖다 까는 등 비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설 공사를 할 때 현장 노동자들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비용을 따로 징수했는데 청소 담당 직원 계좌로 입금토록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돈은 소액인데다 누구에게 흘러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는 진정서를 접수한 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무단 사용한 전기료를 물어내고 권고사직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편 가상화폐 채굴기로 소음과 각종 불편에 시달리던 시설 기사들이 올해 재계약에 실패하며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시설 기사 B 씨는 가상화폐 채굴기가 매일 돌아가며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과 열이 발생했고 실내 온도가 40도까지 치솟아 에어컨을 켜고 지내도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런 내용에 대해 본사에 진정서를 낸 것이 재계약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해고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B 씨는 수사 당국의 A 씨의 비리를 고발하고 부당한 계
회사 관계자는 "가상화폐 채굴기를 운영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개인 골프연습장이나 (도용한) 회사 잔디 규모, 불법 사용한 전기료 등의 금액이 사회적으로 볼 때 미미하거나 매우 큰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B씨의 재계약은 하청업체 소관으로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