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을 받고 '섬망 증상'을 보이는 고령의 환자를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간병인이 무죄를 확정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폭행죄로 기소된 간병인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9년 7월 피해자 B씨(당시 79세)는 서울 강서구 소재 한 병원에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B씨의 보호자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 다른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B씨가 흐느끼며 "사람 좀 살려줘"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B씨는 수사기관에 A씨가 젖꼭지를 비틀고 주먹으로 턱밑 부위를 수회 때렸으며 팔과 다리 부위를 꼬집고 비틀었다고 진술하면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의 진술과 동영상 모두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2심에선 무죄를 선고하며 판단을 뒤집었다. 쟁점은 B씨가 계속 범죄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 없이 뇌수술 후유증인 '섬망' 증상을 겪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는지였다.
당시 B씨는 수술 드레싱 부위나 주사 삽입부위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의사의 처방에 따라 팔목에 고정용 장갑으로 묶인 상태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섬망증상으로 인해 마치 A씨가 B씨의 팔목 등을 고정용 장갑을 사용하여 묶어놓은 후 폭행한 것으로 과장하거나 오인 내지 착각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폭행 경위나 내용 등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씨는 컵라면을 먹다 라면국물을 쏟아 A씨가 화상을 입은 일이 있었는데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동영상 관련해선 피해자가 흐느끼는 당시 간병인과 이송요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대화하는 목소리도
또 동영상을 촬영한 보호자는 A씨가 B씨에게 "칼도 갖고 다니고 망치도 가지고 다니고 때에 따라 아무도 모르게 귀신 같이 죽여 버린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으나 그런 소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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