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보이스피싱 방지 앱도 위조…수거책 유인해 검거 도운 40대

현장에 나온 수거책 확인하고 시간 끌며 112에 신고

↑ 사진=연합뉴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할 뻔했던 40대가 되레 현금 수거책을 유인해 검거를 도왔습니다.

오늘(3일) 경기 여주경찰서에 따르면 A(48) 씨는 지난 4월 은행 팀장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B 씨에게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같이 보낸 문자에 '보이스피싱 방지 앱' 설치 파일을 첨부하며 관련 앱을 깔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앱은 로고나 메뉴 등이 실제 보이스피싱 방지 앱 '시티즌 코난'과 동일한 형태였고 악성코드가 심어진 가짜 앱이었습니다.

A 씨는 우선 B 씨의 요구대로 앱을 설치하고 대출 신청서를 냈습니다. 이후에는 기존에 대출받았던 저축은행 팀장을 사칭한 C 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대환대출이 안 되는 상품인데 타 은행에서 신청이 들어와 부정금융거래로 등록됐다는 것이었습니다. C 씨는 처벌을 피하려면 현금으로 기존 대출금 3,970만 원을 상환하라고 했습니다. 두 개의 은행 팀장을 사칭해 피해자의 의심을 지우려던 것으로 보입니다.

A 씨는 금융감독원, 경찰 등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보이스피싱범이 보낸 악성 앱으로 인해 전화는 계속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만 연결됐습니다. A 씨가 앱을 지우자 또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를 알아채고 다시 "앱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의심이 들었던 A 씨는 결국 동료의 휴대전화로 금융감독원에 전화해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출구가 한 곳뿐인 주차장에서 현금 수거책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뒤, 112에 신고했습니다.

A 씨는 "저들은 악성 앱을 통해 나의 대출 정보와 계좌번호 등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고, 어디에 전화를 거는지와 앱 삭제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듯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열 번 의심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여주경찰서는 A 씨에게 '피싱 지킴이' 표창장과 검거 보상금을 전달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