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는 과연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편입돼 제대로 된 수업을 밟을 수 있는 나이일까요?
근거 없는 졸속 정책이라며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이 큰데, 매일 이 연령대 아이와 함께하는 현장을 조일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올해 만으로 다섯 살이 된 아이들 20여 명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냅니다.
교실 한편에 마련된 책상은 텅 비어 있습니다.
만 5세 이하 아이들에게는 한자리에 앉아서 듣는 수업보다는 다양한 장난감을 이용한 놀이 위주의 교과 과정이 주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같은 나이지만 발달 정도에 따라 덩치도 인지 능력도 제각각 이라 통제가 쉽지 않습니다.
- "애들아, 우리 간식 먹으러 갈 거야."
- "…."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 40분씩 수업을 듣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박순희 / 유치원 교사
- "사실 최대 10분도 못 앉아 있는…아이들이 초등학교 가서 제일 힘든 게 뭐냐고 물어보면 앉아있는 거라고 그러거든요. (화장실도) 대변 같은 경우는 아직 뒤처리가 많이 힘들어요."
수업 중 책을 보는 비중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박순희 / 유치원 교사
- "친구 이름을 아는 게 최대고…책도 읽긴 하지만 절반 가까이 책을 못 읽어요."
발달 특성상 당연한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 인터뷰(☎) : 지성애 / 전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 "유아 교육의 목적은 어린아이에게 글을 쓰고 읽게 하는 게 아니라 흥미있게 활동할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가면 쓰기·읽기로 나오는 거죠."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유아기에 적응에 어려움이 생기면 그 영향은 평생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 인터뷰 : 이경미 /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
- "지능이 좀 높은 친구들은 괜찮겠지만 아닌 친구들이 상당수 많거든요. 그렇게 되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취학 연령 하향 정책은 아이들의 발달 상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MBN뉴스 조일호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 영상편집 : 김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