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대학 학생증이 청소년 손에…편의점 골머리

"3년 전쯤 잃어버렸던 내 학생증이…" 청소년 술·담배 구매에 쓰여
법 개정에도 편의점 점주 '걱정 여전'

↑ 편의점에 진열된 술. / 사진=연합뉴스

분실된 대학교 학생증을 주운 미성년자가 편의점에서 이를 사용하다 적발되면서 편의점은 또 한번 골머리를 앓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춘천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모(23)씨에게 지난 3월 경찰이 전화 한 통을 걸어왔습니다. 3∼4년 전쯤 분실한 김씨의 학생증을 학교 밖 청소년이 편의점에서 사용하다가 걸려 사건을 조사 중이니 경찰서에 방문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놀라 달려간 김씨는 본인이 잃어버렸던 대학 학생증을 한 청소년이 주워 편의점에서 상습적으로 술과 담배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해당 청소년은 김씨의 학생증을 악용해 성인 인증을 물론, 학생증이 은행 계좌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까지 노려 돈을 입금한 뒤 술·담배를 구매했습니다.

한 편의점 점주가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범행은 더 크고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씨는 가해자가 청소년임을 고려해 처벌불원서를 써줬지만, "이런 일이 또 생길까 무섭다"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법이 개정됐지만, 편의점 점주들은 여전히 미성년자의 이러한 행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학생증만 보고 덜컥 술·담배를 팔았다가 부모가 찾아와 따지거나,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청소년 보호법 위반죄로 벌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28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 청소년에게 주류 등을 판매해선 안 되며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청소년 대상 담배 판매가 적발되면 판매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이 직접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할 경우는 그 직원이 처벌받게 됩니다. 다만 이 규정은 담배를 사는 상대방이 미성년자임을 알았을 때만 적용됩니다. 청소년이 처음부터 아르바이트생을 속일 생각을 하고 있었고, 아르바이트생이 실제로 이에 속았다면 면책되는 것입니다.

지난달에는 일부 미성년자들이 편의점에서 일부러 술병 등을 깨고 이를 변상하겠다며 결제한 뒤 편의점 측에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것처럼 협박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사례를 접한 누리꾼들은 "편의점 안에 CCTV가 있을 텐데 이럴 땐 정상참작 해줘야 한다", "산 사람이 더 큰 잘못이거늘 어찌 판 사람만 처벌한다는 거냐" 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