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담장 넘으면 공사장이?"…책임 미루는 지자체·교육청

용산구 한강초교 인근 4개 공사 동시 진행
구청 "법적으로는 문제 안 돼"…"교육청 "건축허가 하는 구청 재량"

↑ 한강초등학교 담장과 맞닿아 있는 공사장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한강초등학교에 벽 하나만을 두고 대규모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적잖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강초등학교 바로 옆 부지에는 지하 6층부터 지상 최고 33층에 달하는 규모의 주거복합공간이 지어질 예정입니다. 지난해부터 설치된 공사장 울타리는 학교 담장 바로 옆에 붙어있으며, 학교 건물과 공사장과의 거리는 채 5m가 되지 않습니다.

한강초 학부모 A씨는 "기존 건물을 철거할 때 아이가 학교가 흔들린다고 말했다"라며 "학교 건물 자체가 오래됐는데 바로 옆에서 공사를 하니 안전이 걱정된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강초 주변 공사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강초 바로 앞 도로 앞에는 오는 10월에 준공되는 오피스텔 공사장과, 2024년에 준공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장이 위치해 있습니다. 해당 건물 바로 뒤에는 2025년에 준공 예정인 공사장 부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한강초 학생들이 공사장에 에워쌓인 채 지내야 하는 상황에서, 용산구청과 서울시 교육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본래 학교 인근에 21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신축하려면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청으로부터 교육환경평가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해당 평가를 담당하는 서울시 중부교육지원청과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공사장 위치의 문제는 구청의 관할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구청은 법적으는 해당 공사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초등학교와 공사장 간의 거리가 법적으로는 문제 되지 않기에 인허가를 하는 구청 입장에서는 (조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4개의 공사가 진행되는 것에 관해서는 "모두 민간사업체이기 때문에 공사 시기 조정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옆에서 주상복합공간 공사가 시작하게 된다면, 한강초에 입학하게 되는 저학년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공사장에 둘러싸여 지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