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2명이 교무실에 침입해 기말고사 문제와 답안을 훔쳐 시험을 치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사 책상 서랍에서 시험지를 훔친 게 아니라 악성 코드로 교사 컴퓨터를 해킹해서 시험지와 답안을 빼돌렸답니다.
정치훈 기자입니다.
【 기자 】
광주의 한 고등학교.
기말고사를 앞둔 지난달 말, 학생 2명이 창문을 통해 교무실에 침입했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의 노트북에 직접 만든 악성 코드를 설치했습니다.
교사 노트북에는 기말고사 시험지와 답안이 있었는데, 악성 코드는 시험지와 답안이 나온 화면을 일정 시간마다 몰래 찍어 그림 파일 형태로 저장해 놓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기말고사 직전 다시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이 그림 파일을 회수한 뒤 시험을 치렀습니다.
결과는 수학과 지구과학 등 일부 과목에서 100점을 받았습니다.
▶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일정 시간마다 화면을 캡처하는 기능이거든요. 답안지가 나와있는 이미지 파일 보고 USB(이동형 저장장치)에 담아서 나온 겁니다."
시험지 자체가 유출된 것이 아니어서 학교 측은 이들의 범행을 전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부정행위는 같은 반 친구들의 의심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명은 답을 다 외웠지만, 다른 한 명은 쪽지에 답안을 옮겨 적어 시험을 치른 뒤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이를 본 반 친구들이 찢어진 쪽지를 하나하나 맞춰봤고, 결국 답안지로 드러났습니다.
학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학생 2명은 '성적 압박에 시험지를 훔치기로 했다'며 모든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학교는 지난 2018년에도 시험지가 유출돼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후 시험지를 더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허점이 또 드러난 겁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학생들이 침입했던 교무실은 지난 3월쯤 위치가 바뀌면서 경비·보안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인터뷰 : 학교 관계자
- "(시험지가) 다 이중 잠금으로 되어 있고 보안이 철저하고 CCTV가 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저희가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시험지를 유출한 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오광환
그래픽 :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