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소음, 크기보단 품질이 중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과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서 한 달이 넘도록 집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 집회가 이른바 ‘맞불 집회’ 양상으로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항의도 빗발쳤습니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입주자대표회는 "집회 소음으로 주민들의 정상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고성능 마이크와 확성기 등 지나친 소음을 단속해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 주민들도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MBN 취재진이 평산마을에서 만난 주민 다수는 집회 소음으로 환청이 들리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습니다.
취재진이 실제 소음 측정해보니
경찰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민들 항의는 쏟아지는데, 이를 제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회 현장을 담당하는 현장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소음 기준치 안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어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이 집회 시위 현장에 적용하는 소음 기준치에는 등가소음도와 최고소음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등가소음도는 10분 동안의 소리 평균값, 최고소음도는 말 그대로 집회 중 가장 시끄러운 소리의 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또 시간대 별로, 장소에 따라 조금 더 세부적인 소음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회가 주로 진행되는 낮 시간대, 주거지역을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아침 7시부터 해 지기 전까지, 낮 시간대에서 허용되는 소음은 등가소음도는 65dB, 최고소음도는 85dB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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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직접 경남 양산과 서울 서초구 집회 소음을 측정해봤더니, 양산 집회의 경우 대부분 60dB에 머무르면서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서초구 집회는 70dB를 웃돌아 기준치를 살짝 넘기기도 했지만, 경찰은 집회 소음이 아닌 주변 소음이 더해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했을 때 기준치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두 곳 모두 소음 기준치 이내에서 집회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같은 소리 크기여도 집회에 쓰이는 음악이 귀 자극
사실, 65dB은 흔히 카페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 크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반 카페 내부 소리는 60~65dB, 지하철과 버스 주행 시 소리는 85dB, 공장 소리는 100dB정도 크기라고 설명합니다. 취재진이 직접 카페에서 소음을 측정해봤더니 60dB를 웃돌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 경우엔 70dB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카페에선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데 집회 인근 주민들의 스트레스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우리 귀를 더 자극하는 소음이기 때문입니다. 집회에 쓰이는 확성기 소리와 높은 주파수 대역의 음악들은 그 예입니다. 김태구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사람 귀에 가장 민감한 주파수 대역이 2,000에서 4,000Hz"라고 말하며 집회에서 쓰이는 확성기 소리와 강한 비트의 음악, 높은 주파수 소리들이 귀를 더 자극하는 소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데시벨이더라도 소음의 질에 따라서 미치는 자극이 다르다는 겁니다.
현행 기준 내 '꼼수' 막아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런 주파수 대역까지 계산해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집회를 단속하는 현장 경찰관들이 소음의 질까지 고려해 소음을 측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현행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꼽습니다. 최고소음도와 등가소음도 기준에 존재하는 '허점'을 메우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겁니다.
최고소음도를 측정할 때는 '1시간'과 '3회'가 중요한 기준입니다. 최고 소음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경찰은 1시간에 세 번 이상 초과한 경우에만 단속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른바 '삼진아웃제'인 겁니다. 서초구 집회는 최고소음도를 몇 번 초과하기도 했지만, 1시간에 세 번 이상 넘기지는 않아 '삼진아웃제‘의 단속 대상이 되진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1시간에 3번 이상 최고 소음도 허용치를 넘기면 제재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1번이라도 넘길 경우 경찰이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등가소음도 기준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5분 동안은 등가소음도 기준을 어기고 소리를 크게 틀었다가 나머지 5분 동안 소리를 줄이면 10분 전체 평균값은 기준치 내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키웠다가 줄였다가, 평균이라는 값을 이용해 '꼼수'를 부릴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2020년 한 해동안 집회 시위 소음 측정으로 분리조치까지 간 경우는 19,544건 중 단 한 건에 불과했습니다. 작년 역시 10월까지 접수된 41,263건 중 단 3건만 분리 조치가 진행됐고, 대부분 현행 기준 이하로 소음이 측정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꼼수에는 소음 허용치를 대폭 낮춰 현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집회 소음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소음을 규제하고 있을까요? 일본은 10분 동안 한 번이라도 소음 기준치를 넘기면 단속의 대상이 되고, 10분 동안 확성기를 사용하면 15분 동안은 휴식 기간을 가져야 합니다. 독일은 주거 지역에선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50dB을 기준치로 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집회 소음에서 주변 배경 소음의 차이값을 계산해 같은 주거지역이더라도 조용한 시골에서는 더 낮은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주거지역이더라도 시골과 도심 지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취재진이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만난 주민 신한균 씨는 시골에 도시랑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데시벨인가 하는데 그걸 이 시골에서 그걸 그대로 하면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도시는 차도 다니고 건물도 있고 그런데 여기는 아무것도, 다 뚫려 있습니다." 도심에 비해 소음이 거의 없는 시골에는 별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민
[ 표선우 기자 pyo@mbn.co.kr]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