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행 사망' 피해자, 추락 후 1시간 넘게 방치…불법촬영 정황도

119구급대 도착 당시까지 맥박 있었다…남학생이 신고했다면 살았을 것
경찰, 남학생 불법촬영 시도 정황 포착…세부 조사 후 혐의 추가 여부 결정

↑ 영장실질심사 후 법원서 나오는 가해 남학생 / 사진=연합뉴스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학우인 남학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건물에서 추락한 후 1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숨진 사실이 밝혀지며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준강간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남학생이 불법촬영을 시도한 정황이 추가로 포착돼 더욱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최근 경찰에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된 인하대 1학년생 A(20)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학 건물에서 알고지내던 여학생 B(20)씨를 성폭행한 후 도주했습니다. A씨는 B씨가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한 것을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채 B씨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같은날 오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8일 B씨가 추락사한 건물 인근 CCTV를 확인한 경찰은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의 피해자가 추락한 후 1시간 넘게 방치됐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B씨가 건물에서 추락한 시간대를 A씨가 B시를 부축해 해당 건물로 들어간 오전 1시 30분부터 B씨가 건물 인근 길에서 추락한 채로 행인에게 발견된 오전 3시 49분 사이로 추정 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B씨의 정확한 추락 시점은 아직 밝힐 수 없으나 B씨가 행인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쓰러진 채로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추락한 시점이 어두운 새벽인데다 추락한 장소 역시 행인이 많지 않은 캠퍼스 안이어서 발견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따르면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B씨는 미약하게나마 호흡을 하고, 맥박도 뛰고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피해자를 구급차로 이송하며 계속 모니터링을 했는데, 머리 뿐 아니라 귀와 입에서도 피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심정지 상태'는 아니었다"며 "(피해자는)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B씨의 추락을 목격한 A씨가 B씨를 방치하지 않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면 B씨가 살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 인하대에 마련된 추모 공간 / 사진=연합뉴스

이같이 여학생이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방치돼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신고가 빨랐다면 피해자가 살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된 남학생이 해당 여학생을 상대로 불법촬영까지 시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A씨가 지난 15일 범행 현장에 두고 간 휴대전화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파일을 확보했다며, 남학생이 불법촬영을 시도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음성 분석 등 세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영상이 제대로 촬영되지 않았다고 해도 불법촬영의 의도가 확실한 경우 해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A씨는 B씨가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B씨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 중입니다. 이에 경찰은 일단 A씨가 진술한 바를 바탕으로, 살인의 고의성이 없을 때 적용하는 '준강간치사' 혐의로 A씨를 구속해 수사 중입니다. 준강간치사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에게 간음이나 추행을 한 뒤 피해자를 숨지게 했을 때 적용되는 죄로, 유죄로 인정될 경우 무기징역, 혹은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한편,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22일)에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A씨가 B씨를 건물에서 떠민 정황이 확인될 경우 '준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꿀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