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저성장 시대를 맞아 젊은 층이 '무지출 챌린지', '짠테크' 등 소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 식당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 서울의 한 편의점에 도시락 등 음식이 진열된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플렉스(과시형 소비) 문화를 자랑하던 2030세대가 짠테크(짜다+재테크)로 소비습관을 재정비하고 있다.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열던 과거를 뒤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줄이기 시작한 건 식비로 보인다. 매일같이 밖에서 밥을 사 먹어야 하는 직장인은 집에서 도시락을 싸 다니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가성비 좋은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도 늘었다.
직장인 B씨는 "외식비가 너무 올라 점심 한 끼 사먹기가 겁난다"면서 "점심, 저녁을 모두 구내식당에서 먹고 커피는 회사 탕비실 커피머신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인증'을 중시하는 젊은 층답게 SNS와 재태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지출 챌린지', '만원의 행복', '가계부 쓰기', '절약 브이로그' 등 짠테크 일상을 공유하는 이도 생겨났다.
지난달부터 짠테크에 집중하고 있는 직장인 C씨는 "혼자서만 절약하면 해이해질 것 같아 블로그를 통해 절약 기록을 남기고 있다"면서 "SNS상에서 서로 다양한 팁을 공유하고 응원도 해주니 덜 지친다"고 밝혔다.
직장 생활 외 또 다른 방법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부수입족'도 눈에 띈다. 평소 쓰지 않던 물건을 중고거래로 판매하거나 앱테크(애플리케이션으로 하는 재테크)를 활용하는 식이다.
음식이나 생필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블로그 체험단'을 신청하거나 아침·밤 시간을 쪼개 배달, 대리운전, 재택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한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030세대 사이에서 퍼지는 짠테크 및 무지출 챌린지의 배경에는 고물가·저성장 시대가 자리한다. 식비는 물론 옷값, 교통비, 전기료 등 생활 물가 전반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주식이나 코인 시장은 암흑기로 접어들어서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6.0% 올라 외환위기(1998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으며 외식물가는 8.0% 급등해 1992년 10월(8.8%)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로 증권시장이 얼어붙었고 암호화폐 가격 역시 줄줄이 하락세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사람)'의 곡소리도 흘러나온다. 무리해서 내집마련에 성공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자에 허덕이는 것. 급기야 보유 부동산 자산을 단기간에 재매도하는 이들까지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 초까지 플렉스 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젊은 층이 최근 주식, 코인, 부동산 실패로 가계 경제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시작된 것이 무지출 챌린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상에서 자신의 절약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은데, 타인이 보는 공간에서 챌린지를 이어가면 그만큼 목표 달성이 더 수월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젊은 층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