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뛰어난 선수? 최동원·선동열”
“팬을 소중히 여기고 서비스 잘해야”
“프로야구 만성 적자 줄이는 난제 해결해야”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플레이해야”
“야구 국제화, 스포츠 산업 물꼬 터야”
“해외 진출, 시기 등 잘 선택해야 성공률 높아”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2년 7월 17일 (일요일) 오전 10시
■ 진 행 : 정운갑 앵커 (논설실장)
■ 출연자 : 허구연 KBO 총재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선수와 감독 오랜 해설위원에 이어 제24대 한국야구위원회, KBO 총재로 선출된 분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산증인 허구연 KBO 총재와 만나봅니다. 안녕하십니까.
허구연>네 안녕하세요.
정운갑>앞서 제가 한국 야구계의 산증인이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요. 정말이지 대한민국 야구 역사와 함께하셨잖아요.
허구연>프로야구 출범이 1982년인데 그때부터 제가 해설을 했기 때문에 또 감독도 하고 코치도 했지만 40년을 함께 한 거죠.
정운갑>최초의 야구인 출신 KBO 총재가 되셨는데요. 이전과는 좀 달라져야 하겠다, 좀 남다른 각오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허구연>사실 총재를 준비한 것은 아니고, 구단에서 총재를 맡아달라고 그래서 총재를 맡았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맡아서,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것들은 좀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전과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선수들의 경기력도 향상시켜야 하고 그다음에 제도 개선도 해야 하고, 국제화도 해야 하고. 제일 큰 문제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산업으로 접근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산업으로 접근해서 만성 적자를 줄이는 그런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운갑>지난 3월 취임식에서 한국 프로야구가 “9회 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이런 진단을 하셨는데요. 어떤 면에서 위기라고 보신 건가요?
허구연>왜 그러냐면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우선은 베이징 올림픽이 저희의 정점이라고 보는데, 그 이후에 과연 선수들의 기량이 그렇게 많이 향상되었느냐, 저는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고. 그다음은 구단들이 지금 만성 적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투자를 꺼리게 되고, 그리고 산업으로 접근해야지 전체적인 어떤 파이도 커지고, 복리후생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도 좀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고 지금은 도리어 축소지향형으로 가고 있거든요. 축소지향형으로 간다는 것은 팬 여러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그게 제가 볼 때는 팬들에게 전달이 된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가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어린이 야구 회원 모집이라든지, 야구 교실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활발하게 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축소되고. 그러면 이게 지속되면 지금 많은 팬이 그렇지만 제가 물어보면 좀 나이 드신 분들도 ‘아 옛날에 내가 어느 팀, 어느 팀의 회원이었기 때문에 평생 내가 이 팀을 응원한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건 문제죠.
정운갑>야구에는 여러 재미가 있습니다.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한 소속감이라든가, 선수에 대한 팬심, 현장감, 해설을 듣는 즐거움 등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지금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부족하다, 아쉽다고 느끼는 건 어떤 점일까요?
허구연>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는 예전에 비해서는 분명히 향상됐지만, 좀 더 프로야구단 세련된 플레이, 고급스러운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렇게 보고. 구장들이 좀 현대식으로 좋아진 구장들이 지금 많아졌거든요. 많아졌기 때문에 팬들이 주말에는 많이 오시는데, 주중의 관중은 도리어 좀 줄어들었어요. 이런 것들을 야구계가 생각을 잘해야 한다, 그 얘기는 뭐냐 하면, 예전에는 예를 들어서 해태 타이거즈, 기아 타이거즈 그러면 맹목적으로 이기는 것만 보러 오고, 롯데 자이언츠 이기는 것만 보러 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고 와서 즐기면서 이기면 더 좋고... 좀 이런 거거든요. 그런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 그건 무슨 얘기냐 하면 그만큼 야구만 보러 오는 게 아니고 야구장 분위기, 야구장에 와서 즐기는 게 플레이만 보는 게 아니라는 걸 야구계나 야구인들 선수들이 알아야 한다고요.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그만큼 팬을 중시하고, 팬을 소중히 여기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죠.
정운갑>개인적으로 보면 제가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일생을 한국 프로야구와 함께하셨잖아요. 허구연이 뽑은 최고의 선수는 누구입니까?
허구연>최고 1명을 꼽기는 조금 쉽지 않고(웃음), 저는 최동원과 선동열이라고 봅니다. 정말로 불세출의 투수, 그 두 투수가 가장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야구 인생에서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을 텐데요. 어떤 일화가 떠오르는지 궁금합니다.
허구연>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할 때 그때가 저는 야구인으로서도 그렇고 가장 감격적이었지 않나. 제가 아까 9회 말 1사 만루라는 표현이 사실 그때 우리가 9회 말 1차 만루였잖아요. 그래서 정대현 선수가 더블 플레이를 잘 시켜서 극적으로 우승했는데, 그만큼 그 대가 강렬했고, 정말로 전승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봅니다.
정운갑>프로야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계신데요. 지난달 미국 출장을 통해서 메이저리그의 한국 개막전 또 KBO 리그의 미국 개막전 개최 관련 논의가 전해졌습니다. 굉장히 신선하거든요(웃음). 이게 정말 실현될 것이냐, 여러 팬들이 궁금해 하는 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허구연>깜짝 놀라셨죠(웃음)? 왜냐하면 24년도에 미국이 한국에 와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하겠다, 그런 타진을 해 왔어요. 그래서 저는 ‘좋다, 그런데 그것도 좋지만, 우리가 미국 가서 개막전을 하겠다’, 그러니까 메이저리그도 전혀 생각을 못 했겠죠. 그래서 왜 우리가 가능하냐 하면, 우리나라 팀들이 대개 보면 한 5~6개의 팀이 미국 플로리다나 애리조나에 스프링 트레이닝캠프를 합니다, 동쪽이죠. 그러면 로스앤젤레스나 샌디에이고나 LA 엔젤스 있는 쪽은 서쪽인데, 그 캠프를 하고 오는 과정에서 개막전을 하고 다시 한국 와서 시차 적응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에서 제가 제의했는데 미국도 조금 좀 놀랐나 봐요(웃음). 그리고 제가 언젠가는 가서 조금 더 구체화시켜야 하겠지만, LA 다저스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나 LA 엔젤스는 미국 구단주 회의 이사회에서 그걸 안건을 올렸는데 좀 호의적인 반응이 왔다, 자기들 구장에 와서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걸 좀 진전시켜야 하는데,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 하면 아까 말씀드렸지만, 얘기가 복잡합니다마는 지금 우리 10개 구단이 키움 히어로즈 외에는 대개 그룹들이 하거든요. 대그룹들이 많이 하는데 1982년도 프로야구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 삼성이 여기서 우승한다고, LG가 여기서 우승한다고...
정운갑>이미 (한국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이니까요.
허구연>그렇죠, KIA가 여기 우승한다고 차가 더 팔리고, 핸드폰이 더 팔리고, 가전이 더 팔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미국 가서 우리가 하게 되면 아마 제가 볼 때는 기업이나 오너들의 생각도 좀 달라지지 않겠나, 이게 미국에 가서 본토에 가서도 야구 본고장 가서도 하는구나, 그런 인식 변화도 필요한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프로야구의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유명 스타플레이어들의 해외 진출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허구연>그건 제가 볼 때는 사실 장려해야죠. 유명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 가서 해야 하는 거니까 저는 좋다고 보고요. 다만 좀 아쉬운 게 뭐냐 하면, 고교를 졸업해서 메이저리그에 스카우트 되어서 가는 선수가 많은데, 성공률이 너무 낮다는 거죠. 지금 고교 졸업해서 바로 미국에 가서 성공한 선수는 추신수와 최지만 밖에 없습니다. 그대로 메이저에 자리 잡고 잘하는 선수는 그 나머지 선수들은 가끔 메이지 올라오더라도 성공이 지금 쉽지 않고, 그다음에 박찬호 선수는 대학 다니다가 갔거든요. 그런 것들을 좀 판단을 잘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 국내에서 잘하면 프리에이전트가 되면 포스팅 시스템에 의해서도 또 미국 갈 수 있거든요. 그런 선수들이 류현진도 있고 강정호도 있고 나오거든요. 지금 김하성도 잘하고 있고. 그런 것들이 더 성공률이 높을 텐데, 그 판단을 좀 잘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운갑>가장 가까운 국제대회로는 내년 3월이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가 있는데, 보니까 코로나19 여파로 6년 만에 열리는 거예요. 1라운드에 일본과 도쿄돔에서 격돌하잖아요. 승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웃음)
허구연>일본하고 하면 어떤 경기든 야구 종목뿐만 아니라 어떤 종목이라도 다 이기려고 하고, 이겨야 하겠죠. 그런데 사실 일본은 아주 강팀입니다. 강팀인데 우리는 제가 이미 밝혔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이번부터는 한국 피를 가진 선수들도 같이 좀 선발해서 뛰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애드먼이라든지 이런 선수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선수거든요.
정운갑>야구를 포함해 스포츠는 사랑해 주는 팬들 없이는 존재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팬 퍼스트’ 정신을 강조하고 계신데 어떤 걸 염두에 두고 있는지요?
허구연>아까 도입부에서 좀 말씀드렸지만, 우리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좀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건 아마추어 경우에는 모교를 위해서, 그다음에 자기 소속 팀을 위해서 하는 거지만, 프로페셔널은 뭡니까. 관중들이 유료 입장료를 주고 들어와서 거기에서 수입이 생기고 해서 연봉이 나오고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선수들이 우리 야구 같은 경우에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로 아는 선수들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 속에는 뭐냐 하면 팬을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고 느끼고 팬 서비스도 잘해야 한다. 그거는 사인을 잘해 주고 이런 것도 있지만 정말...
정운갑>그야말로 팬과 호흡해야 하죠.
허구연>호흡을 맞춰야죠. 플레이 자체도 좀 수준 높은 플레이를 해야 하고, 매너라든지 이런 것들도 좋은 매너를 보여주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이죠.
정운갑>임기 내에 KBO 총재로서 꼭 이루고 싶은 건 어떤 겁니까?
허구연>지금 인프라 쪽에서 좀 보완해야 할 게 많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야구센터라든지, 남해안 벨트라든지 이런 어떤 환경을 잘 조성해야 할 것 같고. 그다음에 국제화에 신경을 써서 야구 붐을 좀 일으켜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스포츠 산업의 물꼬를 터야 한다, 이렇게 봅니다.
정운갑>한국 야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을 자처한 허구연 총재. 한국 야구가 그와 함께 오랜 숙제들을 해결하고, 더욱 사랑받는 국민 스포츠로 발전하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구연>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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