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막 한국에 도착했는데 혐오를 종식하기 위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이 행사에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
신임 주한미국대사인 필립 골드버그는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는 골드버그 대사 취임 후 첫 주말 행보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푸른색 줄무늬 카라 셔츠를 입고 미국 국기와 성소수자 응원의 뜻이 담긴 무지개 깃발이 교차한 배지를 달고 연단에 섰다.
그는 무대에 올라 "우리는 그 누구도 두고 갈 수 없다"며 "인권을 위해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성소수자로 알려져 있다.
이날 미국 대사를 비롯해 총 13개국을 대표하는 대사와 관계자들이 연단에 올라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유럽연합(EU)과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핀란드, 호주, 미국 대사와 관계자들이다.
마리아 카스티요-페르난데즈 EU 대사는 "최근 성 소수 공동체에 대한 공격 등 성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편견과 혐오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는 인권침해 행위"라며 "인권이 위기에 처한 지금 어느 때보다 이런 행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는 동성 배우자 히로시와 함께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필립 터너 대사는 "모든 사람이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포함해 자유롭고 자긍심을 갖고 살아야 한다"며 "여기엔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축제는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2년간은 온라인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서울광장은 무지갯빛으로 다시 물들었다. 올해 이 축제의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이날 "성소수자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외롭고 고립된 삶을 살았다"며 "오늘은 너무나 기다려온 자리"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교통 통제로 인해) 시민들은 하루의 불편함이 있지만, 성소수자는 이날 빼고 364일을 불편함과 갑갑함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광장에
한편 서울광장 맞은편인 대한문과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기독교·보수단체들의 퀴어축제 반대 집회도 열렸다.
경찰은 58개 중대를 배치해 양측 집회 참가자들 간의 충돌에 대비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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