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영국 총리가 얼마 전 돌연 사임했습니다. 그를 물러나게 한 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도 아니었고, 코로나19 대응 실패도, 굵직한 경제 현안도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봉쇄 기간 중 비밀리에 술판을 벌인 '파티 게이트'와, 측근의 성 비위를 알고도 주요 당직에 앉혔다는 '극히 사적인' 논란, 또 '사소하다면 사소한' 몇 번의 거짓말 때문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첫 순방, 외교 안보 경제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는데, 지지율은 왜 더 하락했을까요.
오늘 발표된 두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 평가는 무려 60%대에 육박했거든요. 국민들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민간인이 수행원에 포함된 것에 대해 66.5%가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에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26.2%에 불과했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 있죠. 민간인이 대통령 전용기에 탔다는 논란이 해외 순방의 효과를 상쇄해 버린 겁니다.
대통령실은 그 민간인이 대통령 주치의 같은 '기타 수행원'이라고, 또 민간인의 전용기 탑승이 딱히 불법이나 탈법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문제는 대통령이 더 투명하길 바라는 높은 기대치와 '국민정서법'입니다.
16년간 독일 총리를 역임한 메르켈의 남편 자우어 교수는 아내의 총리 취임식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2012년 이탈리아로 휴가 떠날 땐 정부 전용기 대신 저가 항공 비행기를 따로 타고 갈 정도로 공과 사가 분명했습니다.
이런 게 어렵다면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존 F. 케네디나 딸인 이방카를 백악관 고문으로 선임한 트럼프 대통령처럼 아예 공식적인 직함을 부여하면 비선 논란은 일지 않겠지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죠.
이제 '비선'이라는 어둡고 음침한 용어 대신 공은 공으로, 사는 사로 구분하는 새로운 윤석열표 공정이 필요할 때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1호기를 탄 민간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