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들리는 소리를 녹음해도 문제가 될까요?
최근 법원이 이런 경우엔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혁재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성북구 한 학원에서 일하던 A씨는 원장실 근처에서 학원 운영자의 말을 듣게 됐습니다.
학원 운영자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운영자 B씨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는데,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A 씨는 이 대화를 몰래 녹음했습니다.
이 녹음이 B 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의 증거자료로 제출됐고, A 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맡은 서울북부지방법원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가 대화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누군가 대화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말을 했다면, 그 대화 내용을 누군가 듣더라도 이를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스탠딩 : 이혁재 / 기자
- "회의실 안 대화 소리가 이처럼 문이 열려 있다보니 잘 들리는데요. 재판부는 이럴 경우 대화를 비밀로 하겠다는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겁니다."
▶ 인터뷰 : 임준규 / 변호사
- "'대화 자체가 공개되어 있느냐 안 되어 있느냐'를 판단한 사건으로 대법원에서도 명확하게 구체적인 법리와 사실관계를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해 2심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긴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오든 통신비밀보호법 적용 범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혁재입니다. [yzpotato@mbn.co.kr]
영상취재: 안석준 기자
영상편집: 박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