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5년 전인 지난 2017년, 우리 사회 청년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죠.
바로 주요 은행들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터진 '채용비리' 문제였는데, 회사 고위직과 유력 인사들의 자제들이 최고 경영진의 말 한마디로 손쉽게 입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샀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검찰도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주요 은행장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서영수 기자가 분석한 리포트 먼저 보시겠습니다.
【 기자 】
지난 2017년 불거진 금융권 채용비리 사건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겼습니다.
▶ 인터뷰 : 김준형 / 서울 목동 (대학생)
- "취업난이 엄청 심한 편인데 상대적 박탈감도 많이 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취업을 못하고 부모 잘 만난 분들은 취업을 잘한다는 부분에도 억울한 면이…."
정부도 칼을 빼들었고 결국 주요 은행 경영진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전 대통령(지난 2017년)
- "정부는 이번 기회에 채용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주길 바랍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채용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시중 은행 7곳의 판결문을 입수해 재판 결과를 분석해봤습니다.
대법원에서 최고 경영진인 은행장까지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는 3곳.
나머지 3곳은 은행장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거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신한은행 조용병 회장은 1심에서 유죄가 나왔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혀 지난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하나은행 함영주 회장도 1심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경영진이 유죄 판단을 받은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인사 담당 실무진이 처벌을 받지 않은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은행에서 채용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은 법원 판결에서 확인이 됐지만, 정작 '부정 채용'을 직·간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관여한 최고 경영진은 줄줄이 법적 처벌을 피해간 셈입니다.
【 앵커멘트 】
이 내용 취재한 서영수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재판 결과를 보면, 실무진은 대부분 처벌을 받았는데 정작 '부정채용'을 청탁하거나 지시한 은행장은 무죄를 받은 경우가 많았어요.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겁니까?
【 답변1 】
네 채용비리를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채용비리 사건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있는데요.
업무방해라는 게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회사의 정상적인 채용을 방해했는지 확인하는 건데 이게 입증하기가 까다롭습니다.
▶ 인터뷰 : 박병규 / 변호사
-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의 업무방해의 고의, 위계 위력에 의해서 업무방해의 우려가 있는 상태가 발생하는 점 모두를 입증해야 하는데 실무상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 질문 2 】
법원 판결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 이런 비판도 나오더라고요.
【 답변 2 】
실제로 신한은행 사건을 보면요, 지원자가 일정 스펙을 갖추고 있으면 정당한 채용 과정을 거쳤어도 합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했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던 건 맞지만 죄는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김득의 / 금융정의연대 대표
- "향후에 오히려 청탁자가 더 당당하게 스펙과 학벌이 좋은 자녀에 대한 부정 청탁을 할 수 있게끔 만든 판결이라고 보여집니다."
【 질문3 】
부정 청탁을 한 사람이 처벌 안 받는 것도 문제지만, 부정하게 입사한 사람들도 문제 아닙니까? 부정 입사자 중에도 여전히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요.
【 답변3 】
네 국민은행 등은 실무진이 채용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부정 입사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부정 입사자를 해고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미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이 해고가 아닌 '채용 취소'의 형식을 통해부정 입사자를 퇴직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입사 계약이라는 게 공정한 채용을 전제로 이뤄지는 건데, 채용 절차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난 경우에는 계약 위반에 해당해서 채용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 질문4 】
결국, 종합해보면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할 것 같은데, 국회에서는 논의가 진행 중인가요?
【 답변4 】
네 현재도 국회에 여러 법안이 발의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기 전에 국회가 나서서 채용비리 처벌을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 앵커멘트 】
잘 들었습니다. 서영수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전현준·임성민 VJ
영상편집 : 김미현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