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패션을 선도한 건 바로 기생이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상의는 꼭 끼고 하의는 풍성한 하후상박 맵시는 조선 여성들 사이에서 대유행했고 전통한복으로 인식하는 차림새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후상박은 1980년대 고도 성장기에도 등장합니다. 아랫사람에겐 후하게 주고 윗사람은 덜 받는다는 취지인데 혜택을 적게 받은 계층에 더 많이 배분하자는 존 롤스의 정의 원칙이 깔려 있었죠. 저성장기인 지금은 위아래를 막론하고 임금 올리기가 어렵다 보니 낯선 용어가 돼버렸지만요.
그런데 잊히는 듯했던 하후상박이란 말이 최근 다시 등판했습니다.
'지금의 복지제도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건 핵심 공약 '안심소득'에서 말이죠.
오는 11일 지급을 시작으로 5년간 정책 실험을 하는데 이 안심소득의 기본 모델이 바로 하후상박입니다. 기준 중위소득 85%를 기준으로 이보다 소득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해주는 선별 복지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1인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85%는 165만 3천원인데, 어떤 가구의 수입이 이 절반인 82만6550원이라면 차액인 82만6550원의 절반을 서울시가 안심소득으로 매달 지원해주는 거죠.
하지만 부정적인 우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근로의욕을 감소시키고 복지에 너무 의존하게 할 수 있거든요.
스위스에선 2016년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진행했지만 76.7%가 반대해 부결됐고, 핀란드 정부가 2017년 세계 최초로 시범 도입한 기본소득제를 2년 만에 중단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이 성공하면 하후상박을 통해 우리만의 복지 모델이 탄생하게 되겠지만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의 근로의욕까지 고취할 수 있을까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 그건 한 가지 길밖엔 없습니다. 서울시의 꼼꼼한 계획이죠. 단순히 나눠줄 돈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부작용까지 대비한 철저한 계획, 과연 어떤 걸 준비하고 있을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안심소득 안심해도 될까'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