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체에서 80여 개 주방 운영…배달앱 뒤에 숨은 '꼼수' 가게들

순두붓집·비빔밥집인데 같은 메뉴에 같은 사진
한 업체가 80여 개 사업자 등록

↑ 배달앱. / 사진=연합뉴스

배달앱에는 서로 다른 식당으로 나타나지만 음식 이름과 가격, 사진은 똑같고 심지어 대표자와 영업자 주소까지 같은 상황이 최근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배달앱 배달의 민족에서 주소와 메뉴가 겹치는 식당이 강남구 내에서만 10곳이 넘게 검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순두붓집과 'B' 비빔밥집으로 서로 다른 식당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같은 주소지에서 영업 중입니다. 이들 모두 같은 대표자가 운영 중인 사업장입니다.

이렇게 한 명의 대표자가 여러 개의 사업자를 등록해 배달앱에 입점 신청을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인근 상인들의 불만은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앱 내에서 자기 가게의 노출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가게 하나가 사업자 등록을 여러 건 해서 배달앱을 장악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때문에 다른 가게들은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업체는 강남의 한 건물의 지하에서 120평 규모 공간에 80여 곳의 주방을 각각 별개의 사업장으로 등록해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배달앱에서 두 개의 식당이 이름, 가격, 사진이 동일한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측은 업주가 적법하게 발급받은 사업자등록증과 영업신고증을 제시하고 앱 내 입점을 신청하면 임의로 거절할 수 없다며 자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앱 이용자에게 사실상 동일한 메뉴를 여러 차례 노출시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해서라도 배달 플랫폼 측에서 이 같은 '중복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로 다른 식당에서 사실상 같은 메뉴를 팔고 있는 상황으로, 배달앱에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형국"이라며 법률상 문제가 없을지라도 플랫폼 측에서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적절하게 조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