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육아휴직으로 인한 차별 여부 판단할 구체적 기준 제시한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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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휴직 후 부당전직을 당해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의 이미지 / 사진=연합뉴스 |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직원에게 전보다 불리한 업무를 하도록 인사를 변경한 것은 위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형식적인 직급이나 임금에는 큰 차이가 없더라도 휴직 전 업무와 비교했을 때 권한이 축소되는 등 실질적인 불리함을 겪게 했다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A씨에 대한 인사가 부당전직이라는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청구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결정을 내린 원심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롯데마트 안산점에서 생활문화 매니저(발탁 매니저)로 근무하던 A씨는 2015년 6월 육아휴직을 신청한 후 이듬해인 2016년 1월 복직을 신청했지만, 사측으로부터 '대체 근무자가 이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후 A씨는 휴직 전 근무하던 매니저 직급보다 낮은 '영업 담당'으로 강등되어 발령을 받았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구제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측에선 부당전직만 인정하며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처분에 롯데쇼핑과 A씨는 모두 불만을 가져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4항을 위반한 부당전직"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같은 판결에 롯데쇼핑 측은 "발탁 매니저는 임시 직책으로, 이들에게 지급되는 업무 추진비와 사택 수당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기에 A씨가 육아휴직 이전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고 보긴 어렵다"며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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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 사진=연합뉴스 |
이에 1심과 2심은 롯데쇼핑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발탁 매니저가 규정상 임시 직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측이 A씨를 육아휴직 전과 다른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는 직무로 복귀시켰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발탁 매니저와 영업담당 업무는 그 성격과 내용, 범위, 권한, 책임 등에 사회통념상 상당한 차이가 있는 만큼 결코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생활문화 매니저는 매장 운영 전반을 총괄하지만 영업담당은 매니저의 지휘감독 하에서 담당 코너의 발주·입점·진열·판매·처분 업무만 맡는다는 점과, 매니저는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 권한이 있지만 영업담당은 인사평가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A씨가 주장한 바처럼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휴직 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부여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휴직 이전보다 불리한 직무를 부여한 것은 아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직 전후의 차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첫 번째 사례"라고 자평했습니다.
한편, 지난 달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2021년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들은 총 11만555명으로 전년인 2020년보다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육아휴직자 감소 추세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여성 육아휴직자 수가 감소가 육아휴직으로 인한 해고와 기업 내 눈총 등 불이익 때문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임신 사실을 알면 곧바로 그만둘 것을 종용하는 사업주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육
이처럼 제도적으로는 육아휴직을 권고하는 회사가 늘어났음에도 실질적으로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육아휴직 불이익'에 제동을 거는 의미있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