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길고양이 훼손 사체 잇따라 발견...처벌은 미미
동물보호 조례 제21조 4항, 근린공원 내 급식소 설치 가능
↑ 효창공원 내 고양이. / 사진=연합뉴스 |
효창공원 내 길고양이 급식소를 두고 먹이를 주어야 한다는 이른바 '캣맘'들과, 이로 인해 공원이 훼손되고 있다며 관련한 물건을 모두 치워야 한다는 주민들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용산구청 공원녹지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효창공원 길고양이에 관한 민원이 20건 이상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이용자들이 구청에 '길고양이 밥그릇을 치워달라'고 민원을 넣은 것을 인증한 것이 민원 폭증의 시작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고양이를 혐오 표현으로 부르는 게시글까지 올리며 길고양이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가 하면 공원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 시설을 치웠다가 이를 설치했던 캣맘으로부터 재물손괴죄로 형사고소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있습니다. 해당 네티즌은 "백범 김구 선생 등 애국지사의 유해가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330호가 이렇게 훼손되고 방치되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서 밥그릇을 치웠더니 고소당했다"며 억울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용산구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캣맘들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캣맘 중 일부는 "우리는 내 돈, 내 시간을 써가면서 고양이들을 하나라도 살리려 하는 것"이라며 생명존중성을 들어 적극 반박하고 있습니다.
양측에 낀 구청은 관련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밥그릇을 치우고는 있지만 난감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관리사무소는 지난해 10월쯤 처음 캣맘들이 공원에 설치한 고양이 집과 밥그릇을 치웠다고 합니다. 이후 고양이 집은 다시 생기고 있지 않지만, 매달 10∼15개 정도의 밥그릇이 회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동상 등을 훼손하는 동물이 있다면 비둘기지, 고양이나 캣맘 때문에 시설이 훼손된 적은 없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관련 법률인 서울시 동물보호 조례 제21조 4항에 따르면 시장 또는 구청장은 길고양이의 효과적인 개체 수 조절과 쾌적한 도시 환경을 목적으로 소공원 및 근린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효창공원은 근린공원에 해당해 급식소 설치가 가능합니다.
지난달 21일에는 경북 포항시 북구 양학동 통학로에 길고양이 사체를 노끈에 목을 매달아 놓았던 잔혹한 길고양이 혐오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해마다 늘어 1,000% 이상 폭증했으나 정작 구속된 인원은 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에서 길고양이의 훼손된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는 등 동물 학대가 끊이지 않지만, 처벌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은 2010년(69건)과 2011년(98건)에는 100건 미만에 그쳤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914건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무려 1,147%까지 증가한 수치로 2010년 78명이었던 피의자도 지난해에는 97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의원은 이런 솜방망이 처벌의 배경에는 여전히 초보 수준에 머무르는 경찰의 동물 학대 관련 수사 매뉴얼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수사의 기본인 경찰청 '동물 학대 사범 수사 매뉴얼'이 동물 학대 사건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의원은 "동물 학대 관련 단순 현황이나 법 조항 설명이고, 실제 사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은 '수사 시 유의사항' 한 항목
유의사항 역시 원론적인 내용에 그친다는 설명입니다. 이 의원은 "2016년 경찰청 수사 매뉴얼이 만들어진 이후 동물보호법이 다섯 차례나 개정됐지만 매뉴얼은 한번도 정비되지 않았다"며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면서 학대도 증가하는 만큼 경찰의 전문성 있는 수사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고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ogi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