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거 비슷한 사건 부모들에 질타…"죄 없는 자녀 살해하는 것"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조양 가족의 시신에서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과거 비슷한 비극적 사례들에서 법원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살인일 뿐이며 '동반자살' 등의 표현으로 감쌀 수 없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오늘(3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자녀를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후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살아남은 부모가 살인 혹은 살인미수죄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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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남편과 이혼 후 혼자 일곱 살짜리 아들을 3년 넘게 양육하던 A 씨는 2020년 12월 집에서 아들을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가 실패하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는 직장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며, 전 남편이 보내주는 양육비 월 7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스트레스 속에 우울증과 불안,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A 씨는 수사 기관에서 "다른 가족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나처럼 우울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1심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합의12부(황운서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법 울산 형사1부(박해빈 부장판사)는 형량을 감경하여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B 씨는 2020년 4월 아내와 함께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하였다가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이 일로 아내와 67세 어머니, 12살 아이들이 숨져 B 씨는 존속살해, 살인,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아내가 운영하던 업체가 30억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빚쟁이들까지 집으로 찾아와 독촉했으며 아내가 반복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자 B 씨도 결국 동조하면서 벌인 일이었습니다. B 씨는 징역 17년형이 확정됐습니다.
C 씨는 지난해 2월 두 자녀를 데리고 경기도의 한 호텔 객실 화장실에서 6살 아들을 흉기로 찌른 후 자해했으나 7살 딸이 불러온 호텔 직원에게 발견돼 아들과 자신 모두 목숨을 건졌습니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오던 남편과 별거하던 C 씨는 혼자서 두 아이를 양육하다가 생활고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범행을 결심했습니다. C 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아들에게 '숨바꼭질을 하자'며 화장실로 데려가 눈을 가린 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수원지법 형사합의3부(당시 이규영 부장판사)는 C 씨의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역시 판단을 유지했고, 상고 없이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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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부근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조양 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이렇게 자신의 극단적인 선택을 염두하고 홀로 남겨질 자녀를 살해하는 범행일 일어날 때마다 법원은 "죄 없는 자녀를 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C 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그간 이러한 유형의 범죄에 '부모가 오죽했으면'이라는 온정적 시각으로 '동반자살'로 미화해왔지만, 자녀를 보호·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부모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과 자신이 죽은 후 자녀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 단정하고 책임진다는 잘못된 판단만으로 아무 죄도 없는 자녀를 살해하려 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해당 재판부는 또 "자녀의 인권을 무시한, 부모의 일방적인 선의로 포장된 극단적 형태의 아동 학대"라고 판시했습니다.
A 씨 사건의 1심 재판부 또한 "자신이 낳아 사랑으로 기른 자식의 목숨을 스스로 거둔 것으로, 생각할수록 몹시 참혹해 차마 언급조차 꺼려지는 바가 있다"며 "기르는 자식의 목숨을 부모가 함부로 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일말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바, 천륜을 거스른 범행의 죄책은 매우 무거우므로 피고인이 응분의 형을 감당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일가가 숨진 B 씨 사건의 2심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며 가족을 살해하는 이른바 '가족동반자살'을 기도하는 것은 가족을 별개의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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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관계자가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조사를 위해 지상으로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다만 이들 개개인의 범행을 온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점과는 별개로 이들이 극단적 결심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각 사건 재판부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A 씨의 1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극단적 결심에 이르기까지 우리 공동체가 충분한 관심을 기울였는지 성찰할 필요도 있다"고 양형 배경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어떤 양형 이유'의 저자인 박주영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비슷한 사건의 1심 판결을 맡아 양형 이유에서 사건에 관한 안타까운 소회를 털어놓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당시 양형 이유에서 "부모의 범행을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음에도, 사
그는 "가정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극은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다"며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와 사회적 안전망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