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영웅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카르타고를 격파하는 혁혁한 공으로 불과 30세에 최연소 집정관, 37세에는 로마 최고 명예직인 감찰관이 됩니다.
하지만 부정 축재에 연루됐다는 모함을 받아 물러나고, 얼마나 억울했던지 로마 영토 안에 묘지조차 두지 않겠다며 이런 유언을 남기게 되죠.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승리하고도 당내 분열의 중심에 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처지를 역사 속 인물인 '그'에 빗대, 돌연 스키피오가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국정을 책임진 국민의힘 지도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사소한 시비로 갈등하는 걸 보면 과연 로마시대 통 큰 리더십의 상징인 스키피오를 말할 자격이 있나 싶죠.
'뭘 유출시킵니까, 본인이 얘기 제일 많이 하셨어요 여태까지.'
'내 얘기를 내가 유출했다고? 내 얘기를 내가 유출했다고?'
'잠깐 잠깐'
나흘 전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은 비공개로 논의된 사안이 언론에 자꾸 보도된다며 볼썽사나운 언쟁을 벌였고, 둘 사이에 앉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의 마이크를 꺼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처음엔 개그인가? 싶을 정도였죠. 충돌은 이틀 뒤에도 이어져 '얻다 대고 지적질이냐'라는 막말까지 나왔습니다.
당 대표가 성 접대와 관련된 논란으로 윤리위에 회부되고, 당 혁신위원회, 최고위원 추천 등을 놓고도 사사건건 마찰. 이러고도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있나 싶지요. 당내에서도 이러니 야당과는 물어보나 마나입니다.
영화 곡성의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가 있지요. 정권 초기 국민의 기대를 동력으로 화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도 바쁜데, 이전투구, 진흙밭 싸움에 빠졌으니,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 경찰 장악에만 몰두하는 정권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겁니다.
진정한 승자는 마지막에 웃는 사람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엔 이런 기본을 아는 이가 없는 건지, 보는 국민은 답답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이런 여당 보셨나요?'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