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여전히 '놀이였다·남학생끼리 그럴 수 있다'고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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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방법원 전경 / 사진=연합뉴스 |
남학생들끼리 하는 장난이라며 동급생을 수차례 때리고 기절시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고등학생 10명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오늘(2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10명 중 5명에게 소년법에서 정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이때 피해자 A 군을 가장 심하게 괴롭힌 B(18) 군은 장기 3년에 단기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또한 C(18) 군·D(18) 군은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을, E(18) 군·F(18) 군은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나머지 5명 중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 2명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나머지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가정·학교 위탁 교육 등 처분을 하게 되는 가정법원 소년부로 사건이 송치됐습니다.
광주의 광산구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가해자들은 지난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6월 사이 같은 반 학우를 수차례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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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들이 지난해 7월 2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경찰 호송차로 이동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피해자인 A 군은 키 180cm에 몸무게 90kg이 넘는 체구였지만 성격이 유순해 자신보다 작은 급우들의 장난을 모두 받아줬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가해자들은 A 군에게 "맷집이 좋다"며 어깨를 주먹으로 치는 것부터 시작해, 허벅지를 걷어차거나 춤을 추라고 시켰다가 빗물이 튀었다며 뺨을 때렸습니다. 또한 4층에서 1층까지 목마를 태우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은 주짓수나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A 군의 목을 졸랐고, 동영상을 촬영하던 다른 한 명은 A 군이 정신을 잃자 "기절한 척 하지마"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반 학우들이 가해자들을 말렸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폭행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가해자들은 "때려도 안 아프다고 하더라. 맞고도 웃었다”며 “장난이다. 걔도 같이하던 놀이였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죄책감 없이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 A 군에게는 '괴롭히기 좋은 녀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른 반,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도 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들은 A군이 정신을 잃은 동영상을 SNS 단체방에 올려 조롱했고, A 군의 여동생과 여자친구를 성희롱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A 군은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 게 너무 서러웠다"는 편지를 남긴 뒤 지난해 6월 29일 광주 광산구 어등산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가족은 A 군의 편지 등을 근거로 경찰에 학교폭력 신고를 했고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해 20만 명 이상 동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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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들이 지난해 7월 2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 / 사진=연합뉴스 |
오늘 재판장이 판결을 낭독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울먹임이 이어졌고 재판장도 A 군이 유서를 쓴 뒤 손을 흔들고 집을 나선 날을 언급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착하고 온순해서 작은 친구들의 장난을 다 받아줬고 아무도 학교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알지 못했다"며 "결국 반복되는 폭력에 시달리다가 힘겨운 삶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음 주면 1주기가 되지만 부모님은 '차라리 내 아들이 가해자로 저 자리에서 재판받고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피해자를 괴롭고 무너지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듯 여전히 법정에서 '놀이였다. 남학생끼리 그럴 수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