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건물 보존 회의적…"오래된 건물 남길 게 아니라 고유의 맛을 지키자는 것"
↑ 을지면옥. / 사진=연합뉴스 |
서울 중구 세운상가에 위치한 노포 '을지면옥'이 사실상 철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앞서 1심 법원은 시행사가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실 우려로 올해 1월 건물 인도 소송 결과 이전에 건물을 넘겨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14일 서울고등법원이 '을지면옥의 인도 거부로 사업이 지연되면 시행사가 상당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며 시행사 손을 들어줬고 이에 을지면옥 건물이 곧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을지면옥 건물이 있는 세운지구 3-2구역은 2017년 사업시행인가 이후 일대 건물 철거를 진행했으나 2018년 말 박 전 시장이 을지면옥의 서울시 '생활문화유산' 지정을 이유로 강제 철거에 반대했습니다. 이후 약 3년간 재개발 시행사와 을지면옥 소유주 간 갈등이 지속됐고 그동안 '신축 건물 앞 이정표 세우기', '재개발 후 기존 위치 재입점', '인접한 3-1구역 이주' 등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을지면옥 측이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시행사는 결국 수용재결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보상금 54억 원과 영업손실 보상금 2,100만 원을 공탁했고 건물 인도 소송에서도 승소했지만, 을지면옥 측이 항소하면서 1년 넘게 건물을 넘겨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사업 지연으로 손실을 우려한 시행사 측이 올해 1월 건물 인도 소송 결과 이전에 건물을 넘겨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1심에서 이를 기각했으나 서울고법이 다시 판결을 뒤집은 것입니다.
을지면옥 측은 추가 항소 여부 질의에 응답하지는 않았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이정표 세우기 등 '흔적 남기기' 사업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구청 관계자는 그제(22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을지면옥과 시행사 측의 합의가 불발돼 장기간 소송이 진행된 만큼 당초 중재안에 포함됐던 흔적 남기기 사업도 자동적으로 폐기됐다"며 건물 철거 후 재개발을 하더라도 보존 사업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임 후 '보존' 중심이었던 도시재생 정책 기조가 뒤바뀌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은 세운지구를 가장 시급한 도심 재개발 지역으로 여러 차례 지적했고, 세운지구 일대를 상업, 문화 기능 중심으로 복합개발하고 중심부는 녹지 축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시 관계자도 "을지면옥이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해당 건물 가치가 아니라 음식 조리법이나 고유의 맛을 지키자는 이유였다"며 "
현재 을지면옥 소유주의 건물을 제외하고 세운 3-2구역은 모두 철거가 완료됐습니다. 남은 건물까지 철거가 되면 이 지역에는 20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이 들어섭니다.
한편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해당 지구에서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