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청장 대국민 사과…"피격 공무원 수사 오해 불러일으켜"

"청장으로서 깊은 책임 통감"
해경 직원에 '동요 말라' 당부
하태경 "월북 추정 원칙 적용됐다"

↑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해경청에서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유족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22일 정 청장은 해경청사 1층 로비에서 "해경의 수사 발표로 혼선을 일으키고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청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지난 정부 때 했던 결과 발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해경은 지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에서 북한의 총격을 받고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이뤄진 중간수사 결과였습니다.

당시 해경은 월북 판단의 근거로 군 당국의 북한 통신 감청 첩보와 조류 등 해역의 해상표류 예측 결과 등을 들었습니다. 숨진 이 씨가 도박을 했고 빚이 많았다는 점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1년 9개월가량 흐른 지난 16일 월북 의도가 확실치 않다고 당시 수사결과 발표를 번복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 청장은 "작년 6월 국방부에 수사상 필요한 특수정보(SI)를 요청했으나 국방부 측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사실상 월북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존 증거는 월북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수사심의위원회 중론이었다며 "최초 월북 혐의에 관한 증거확보가 불가능하고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의 소송 실익 등을 종합해 이번 사건을 종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유가족께도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고 해경 직원들에게는 동요하지 말고 기본 업무에 충실하라고 당부했습니다.

↑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왼쪽)이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해양경찰청을 방문한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해경청장의 대국민 사과는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들과 만남 후에 이뤄졌습니다. 하태경 진상조사 TF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월북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면서 "월북을 했다는 해경의 7가지 근거는 모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해경의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외압이나 외부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사를 통해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