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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새벽 남구로역 앞 사거리에서 구직자들이 모여있다. [한재혁 인턴기자] |
21일 서울 남구로 새벽 인력시장에서 만난 60대 구직자 A씨의 말이다. 이따금 팔을 휘저으며 언성을 높였고,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다른 구직자들도 공감하는 듯 했다. 가뜩이나 줄어든 일자리에 불법 체류자 등이 투입돼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건축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지자 인력시장에도 그 여파가 전해지고 있다.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불법체류자를 고용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4시30분경 방문한 남구로 인력시장은 건설현장 구직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동이 트지 않은 시간, 거리의 승합차들은 도로와 골목마다 정차한 뒤 문을 열고 일터로 나갈 구직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시간 가량 대기가 이어지는 동안 구직자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구직자 중 일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승합차에 올라타는 반면, 웅크려 앉아 투입만을 기다리는 구직자도 있었다. 오전 6시 30분경이 되자 일터에 나가기를 포기한 구직자들이 한 명씩 자리를 떴다.
일터에 나가지 못한 구직자들은 역시 저마다의 막막함을 토로했다. 주된 불만은 일자리의 감소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워졌다는 것이었다.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시멘트 등 건축자재의 유통이 지체되면서 건설현장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50대 구직자 B씨는 "얼마 전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원래 나가던 자리가 없어졌다"며 "요 며칠 동안 라면만 먹으면서 버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10년동안 이 일을 했는데 이렇게 굶은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도 인력시장 구인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BNK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전년 대비 50.5% 급등했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수급불균형이 심화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이 막히면서 가격에 영향을 준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멘트와 철근이다. 대한건축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은 작년 평균 t당 6만 2000원에서 올해 4월 9만 8000원으로 46.5% 인상됐다. 철근 가격 역시 작년 초 톤당 69만원에서 올해 5월 톤당 119만원으로 72.5%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인력업체는 불법 체류자 등을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노동현장에 투입해도 더 적은 돈으로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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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새벽 남구로역 앞 사거리에서 구직자들이 모여있다. [한재혁 인턴기자] |
건설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인건비 외에 필수 건축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익이 감소한 것이다. 앞서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건설자재 가격상승이 중간투입비용 상승(12.2%)을 통해 건설업 부가가치를 15.4%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한재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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