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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최근 '산부인과 의사 사체유기' 사건으로 면허가 취소된 전직 의사에게 면허를 재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전직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면허 취소 의료인의 면허 재교부 거부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달 14일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 원장이던 A씨는 2012년 지인에게 향정신성의약품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을 섞어 불법 투여했습니다. 지인은 약물 부작용으로 호흡정지가 와 사망했습니다.
당황한 A씨는 지인의 시신을 차량에 실어 한강공원 주차장에 버려두고 도주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습니다.
그는 재판에 넘겨져 마약류관리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사체유기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3년 6월 형이 확정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7월 A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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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그로부터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3년)이 지난 2017년 8월 A씨는 "의사 면허를 다시 교부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거부하자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관련 법률에 따라 일부 혐의는 면허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 데다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이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1심 법원은 복지부가 A씨에게 면허 재교부를 거부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이유제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씨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주면서 '반성과 참회 정황이 뚜렷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의 정이 뚜럿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여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법의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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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A씨가 아내와 이혼했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등을 전전했다는 사실을 반성과 참회의 근거로 들었는데, 이를 '충분한 반성의 모습'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란 것입니다.
법원이 "약물을 근육이완제와 실수로 혼동했다"는 김씨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점도 비판 대상입니다. 김씨가 사건 당시 산부인과 전문의 면허 취득 12년 차였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씨가 프로포폴 투약을 먼저 제안했고, 약물을 주입하며 피해자와 성관계까지 했다'는 수사 결과를 감안하면, 판결을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반응입니다.
특히 "재판부가 범죄 경중을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는 지난해 한의사 B씨의 면허 재발급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위법 행위의 경중이 어땠는지, 의료인으로 복귀시키는 게 국민의 건강·보건에 해악을 끼칠 우려는 없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해당 한의사의 면허 박탈 사유가 사무장 병원 운영이란 점을 감안하면, A씨에 대한 법적 판단은 보다 신중하고 엄격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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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현재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는 직무와 관련한 고의범죄 등으로 극히 제한적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과실에 의한 범죄나 사체유기와
아울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취소 사유가 없어지거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뚜렷이 보인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향후 의사면허 재발급과 관련한 유사 소송에 '잘못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