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9년 12월 농민반란 선동 혐의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총살형을 기다리던 청년은 이렇게 자신에게 맹세합니다. 천운일까요. 그때 한 병사가 흰 수건을 흔들며 형장으로 달려와 '사형 대신 유배를 보내라'는 황제의 긴급 명령을 전합니다.
이후 그는 참혹한 유배 생활과 병마에도 개의치 않고 미친 듯한 열정으로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불후의 명작을 잇달아 내놓습니다. 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얘깁니다. 당선 발표가 나기 전 그 순간은 아마 국회의원들도 도스토옙스키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2022년 6월 20일 오늘, 300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고작 국회 상임위 중 하나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티격태격하며 22일째 21대 후반기 국회의 문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 홈페이지 첫 화면인 의정활동 전광판에는 '제21대 접수 의안 1만 6천57건'이라는 표시만 덩그러니 나올 뿐 '금일 일정 없습니다'라고 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하는 일이 아예 없는 겁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소개하는 코너에는 생뚱맞게도 '서비스 준비 중입니다'라고 돼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노동 무임금'이 아니라 '무노동 유임금'.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제7차 북한 핵실험 임박으로 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은데,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며 세비만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겁니다.
국회의원들은 한술 더 떠 전체 의원의 약 5분의 1인 58명이 해외 출장을 갔거나 출장을 계획 중입니다. 이쯤 되면 '수오지심',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조차 없는 게 아닐까요.
주색에 빠진 연산군은 아름다운 처녀들을 뽑아 이들을 흥청이라고 불렀는데, 훗날 백성들은 연산군이 흥청들과 놀아나다 망했다는 뜻에서 '흥청망청'이라고 조롱했습니다.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정작 본업은 제쳐둔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외유에만 눈독을 들이는 국회의원들을 '흥청망청 세금도둑'이라 하면 국회의원들, 과연 화를 낼 수 있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이러려고 국회의원 됐나요?'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