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정리해고 요건을 폭넓게 인정하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합법'이라고 판단하는 등 친(親)기업적 판결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넥스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지 않더라도 경영 위기 상황이면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업이 당장 도산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지 않아도 예상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 해고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지속적인 적자 누적 등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넥스틸이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에선 넥스틸이, 2심에선 중노위가 승소했었다.
대법원이 정리해고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2014년 쌍용차 이후 8년 만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그동안 회사가 도산할 정도로 급박할 때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판례와 예상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판례가 병존하고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후자 입장을 다시 확인한 판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 변호사 B씨는 "그동안 대법원이 진보적인 판결을 내놨으나 이번 재판부는 반(反)기업적 판결을 내리던 대법관들로 구성되지 않아 이같은 판결이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금피크제 정당성을 인정한 판결도 잇따라 나왔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부장판사 이기선)는 KT 전·현직 직원 1300여명이 임금피크제로 인해 깎인 임금을 배상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년 연장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는 합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달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차별하는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해 노동시장에 충격을 준 가운데 정년 연장과 결부된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한 가장 중요한 보상에 해당한다"며 "(고령자의) 업무량과 업무 강도에 대한 명시적 조치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KT의) 임금피크제를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2013년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한 고령자 고용촉진법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문했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고령자 고용촉진법은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 체계를 개편할 것을 주문하고 있고, 이는 국회의 법 개정 과정 회의록에도 나타난다"며 "여기에는 임금 삭감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정년을 연장하는 것과 임금을 깎는 것이 교환 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위법 판단 이후 혼란에 빠졌던 재계는 한시름을 놓게 됐다. 지난 달 26일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임금피크제 정당성을 판단할 때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 조치 도입 여부와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 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당사자인 한국전자기술원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지 않고 임금만 깎는 '정년유지형'이었다.
대법원 판결 다음 날인 지난 달 27일에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효력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13부(부장판사 홍기찬)는 한국전력거래소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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