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이현숙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근 연구논문을 통해 BRCA2 결손 암에서 나타나는 텔로미어 이상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염색체 말단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수록 짧아져 시간이 지나면 닳아 없어진다고 해서 '생체 시계'라 불린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노화와 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세포 텔로미어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은 생명과학 핵심으로 여겨진다.
이현숙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BRCA2 돌연변이 세포에서 텔로미어 이상이 관찰됨을 토대로 텔로미어 이상이 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BRCA2는 DNA가 복제될 때 텔로미어가 DNA 재조합 기구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BRCA2가 DNA 복제기의 텔로미어에 결합함을 확인하고, BRCA2가 결합된 텔로미어 구조의 특징을 생물물리화학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DNA 복제기에 한 가닥으로 풀린 텔로미어 DNA는 보편적인 왓슨-크릭 결합 대신 반복된 구아닌 사이의 수소결합으로 네 가닥의 판이 겹겹이 쌓인 의자 모양의 특이 구조(G4)를 형성하였고, BRCA2는 이 네 가닥 텔로미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BRCA2는 G4 구조의 변환 중 G3 중간 매개체에 결합함으로써 매듭처럼 묶인 G4로 인해 복제 멈춤이 일어날 때 핵산분해효소로부터 텔로미어를 보호하고 복제의 재개시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가계로부터 BRCA2 돌연변이를 물려받은 경우 생애 중 높은 확률로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등이 발생하고 예후도 안 좋은 것으로 관찰되어 왔으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BRCA2 결손 시 DNA가 복제될 때 텔로미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서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규명
이 교수는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BRCA2 돌연변이 연관 암 치료에 있어 G4 텔로미어를 표적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맞춤형 항암제 개발 등 표적 항암 치료전략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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