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차 빼시라고요!" "아, 지나가는 중이잖아요!"
16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정문에서 20m가량 떨어진 한 횡단보도 앞에서는 교통경찰과 트럭 운전사 간에 가벼운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트럭 운전사가 주차된 화물차들 사이로 힘겹게 트럭을 몰면서 길목이 잠시 정체된 까닭이다.
트럭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난 3개 차로 가운데 2개 차로에는 '참이슬' 광고판을 부착한 화물차 71대가 주차돼 있었다. 멈춰 선 차들의 길이만 해도 무촌삼거리에서 신원육교까지 약 900m에 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일주일간의 총파업을 마치고 지난 15일 업무에 전면 복귀했으나, 하이트진로 공장에선 여전히 노사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강성노조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에 이어 운임 인상 등을 촉구하고 있어서다.
파업을 지속하는 이들은 하이트진로의 화물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이다. 노조 측은 ▲운임 30% 인상 ▲공병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5% 인상안에 복지기금 등 현금성 지원 등을 제시 중이다.
이날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는 화물차와 확성기를 동원한 파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공장 정문 4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노조 측이 화물차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단 1개 차로에서 입차와 출차가 모두 이뤄졌다.
하이트진로 직원들과 경찰 3개 중대가 현장 통제에 투입됐으나, 교통혼잡은 수시로 빚어졌다. 대형 화물차 수십대가 입구를 에워싼 탓에 공장으로 들어가려는 차와, 공장에서 제품을 싣고 나오는 차 모두 버거워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노조 관계자는 "일을 해도 인건비가 안 나온다.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하이트진로 공장과 경기도 성남을 오가는 경우) 경유가 30리터 정도 필요하다. 지금 경윳값이 2100원이니 6만3000원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운반비에서 기름값이 빠지면 4만원 남짓인데 거기서 또 통행료와 차량 유지비가 빠진다. 타이어가 대표적이다. 대형차다 보니 타이어값이 정말 비싸다"며 " 이래저래 빠지면 인건비가 최저임금도 안 된다. 지금 최저임금이 9160원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사 간 물밑 대화는 오가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 차가 커 파업은 끝없이 길어질 전망이다. 하청업체 내 노사 갈등인 까닭에 원청인 하이트진로로서는 협상에 개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이트진로가 협상에 개입하면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끝난 뒤 파업하던 인원들이 대거 빠지면서 오늘은 (대치가) 완화된 소강상태"라며 "파업 초반에는 출차하는 차량에 뛰어들고, 길에 드러눕고, 큰 소리로 욕설하는 등 상황이 심각했다. 이천공장보다는 청주공장이 더 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 출고율은 (평소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총파업 기간에는 출고가 아예 안 돼 생산라인도 중단됐다"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산정 중이다. 가장 큰 피해는 소음과 직원들의 피로감"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총파업 기간 소주류 제품은 수요가 많은 업소용이 우선 출고됐다. 가정용 제품은 업소용이 나간 다음부터 순차적으로 출고되고 있는데 이
하이트진로가 최근 새로운 물류업체와 운송 계약을 맺고 인력 충원에 나서고는 있으나,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달 말까지 공급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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