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美 대사관 편지에 '울컥'…"우리 정부는 미친X 취급"

미 대사관 “수고 많았다…마음 깊이 감사”
서지현 “‘피해자들에 위안과 선례 남겨주고 싶었다”

↑ 서지현 전 검사. / 사진=연합뉴스

검찰 내 성추문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 도화선 역할을 한 서지현 전 검사가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서 전 검사는 오늘(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2일 주한미국 대사관의 헨리 해거드 참사관으로부터 온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해거드 참사관은 서 전 검사의 ‘미투 운동’ ‘양성평등’ ‘여성과 청소년 인권보호 권익’ 발전에 힘 써온 것을 높이 평가하며 “검사님과 함께 한 시간들은 저희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아무쪼록 앞으로도 어디에 계시든지 하시는 일에 보람과 좋은 열매가 있기를 기원한다”며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격려했습니다.



서 전 검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수고 많았다’ ‘감사하다’는 문구를 보니 괜히 울컥해진다”고 했습니다. 이어 “정권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미친X 취급을 받고 (검찰의 음해를 믿고) ‘자기 정치하려고 그런 것인데 우리가 왜 도와주냐’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사실 내가 겪은 일은 그다지 특별하거나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며 직장 내 성폭력과 2차 가해 등은 흔하고 전형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인적 한풀이나 원한으로 한 일이 아니었다”며 “후배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랬고, 검찰이 개혁되기를 바랬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전 검사는 “성폭력과 그 이후의 (죽기 전에는 벗어날 수 없는) N차 가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위안과 선례를 남겨주고 싶었지만 2022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피해자를 외면하고 비난하고 가해자를 감싸고 비호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세상은 언제쯤 변하는 것일까요 과연 변하기는 하는 것일까요”라며 의문을 표했습니다.

한편, 서 전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 게시판에 검찰 내부 성추문을 공론화 시켰습니다. 이후 언론을 통해 ‘2010년 10월 안태근(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인사 보복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있던 그는 지난 16일 출장길에 성남지청으로 복귀하라는 인사통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2일 명예퇴직 형식으로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당시 서 전 검사는 “아직 법무부나 검찰로부터는 어떤 연락도 못 받았지만 알아보니 20년 3개월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 처리가 된 것”이라며 “퇴임식도 퇴직 인사도 하물며 퇴직 통보나 안내마저 없이 이렇게 종결되는 검사로서의 삶에 다행히 눈물은 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