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산 쪽에'
'어머나!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네!'
영화처럼 서울대는 한국 사회에서 학벌의 대명사죠.
'지성의 권위를 흔드는 부적절한 행위들이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2019년 총장이 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취임사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교육부가 교수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 대한 징계를 미뤘다며 서울대에 오세정 총장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 이 전 실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죠.
서울대는 반발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1심 판결을 보고 징계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고, 이 전 실장은 기소 당시 청와대 파견 근무 중이었으니 서울대에 책임을 묻는 건 부당하다.'면서요.
그러자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감사 내용까지 공개했습니다. '서울대는 수사기관의 통보를 받은 경우 징계 요구를 해야 함에도 대상자 17명 중 교원 2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고, 그러면서 통보받은 범죄사실 7건의 징계 시효가 지나버렸다.'고요.
실제로 서울대가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절차를 미루는 사이 일부 혐의에 대한 징계 시효는 끝나버렸고, 서울대 설치운영법상 시효를 넘긴 혐의에 대해선 재판 결과 유죄가 나오더라도 파면·정직 같은 징계를 내릴 수 없습니다.
서울대는 '고무줄 잣대 징계'로도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제자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에게 무죄가 선고됐는데 서울대는 기소 전인 2019년 8월, 이미 이 교수를 해임해 버렸거든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
서울대 법대 정의의 종에 쓰여 있는 글입니다. 기준과 잣대가 일관돼야, 정의가 바로 서지 않을까요? 최고의 대학이라는 평가에 앞서, 정의로움이 바로 서는 서울대가 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서울대의 이상한 '고무줄 잣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