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신장 이식 위해 이역만리 남아공에서 날아온 오빠 화제

주남아공대사관 명정인 실무관이 예천군청 주무관 여동생에게 신장 이식

↑ 신장 이식 수술을 진행한 이하정(가운데) 교수와 함께 한 오누이. / 사진=연합뉴스

이역만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국을 오가며 소중한 여동생에게 신장을 이식해 준 오빠가 화제입니다.

주남아공대사관의 명정인(44) 사건·사고 담당 책임실무관과 경북 예천군청의 명신경(42) 주민복지실 주무관이 사연의 주인공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18일 서울대병원 이하정 교수와 의료진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신장 이식 수술을 마쳤습니다.

아직 한국에 체류 중인 명 실무관은 어제(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수술 후 이상 반응 여부 등을 체크하기 위한 마지막 동반 진료를 동생과 함께 끝냈다."고 전했습니다. 단 여동생은 앞으로도 검사 주기를 늘려가며 평생 검사를 해야 하고 몸 상태에 따라 면역 억제제를 지속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평소 신장이 좋지 않았던 동생은 약 1년 반 전 투석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몸의 찌꺼기를 걸러내는 콩팥의 건강이 나쁘면 쉽게 피곤하고 혈압과 혈당 조절이 어려워 투석을 해야 하는데, 투석을 하게 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됩니다.

이후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워싱턴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막내 종윤(37) 시가 먼저 귀국해 이식에 적합한지 여부를 검사했지만, 3남매 중 첫째인 명 실무관이 자신이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둘째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막냇동생의 경우 혼자 움직이기도 힘들어 장남인 명 실무관이 말렸습니다. 3남매의 우애는 이토록 두터웠습니다.

↑ 명정인(우) 실무관과 명신경 주무관. / 사진=연합뉴스

명 실무관은 "처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혼자 이식 수술 절차를 진행했다가 나중에 아내가 알게 됐다"며 "부부는 일심동체인데 본의 아니게 마음에 상처를 주게 돼 미안했지만, 장인·장모님 등 가족들도 쉽지 않은 결정을 허락해 줘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기혼자의 경우 신장 이식 수술을 하려면 배우자의 동의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명 실무관은 지난 3월 5일 출국해 사전 신장 이식 적합도 등 검사를 마치고 4월 7일 남아공으로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수술 결정이 이뤄져 지난 5월 14일 다시 한국에 돌아와 오는 22일 남아공으로 복귀 예정입니다. 신장 이식 과정에서는 매우 빠르게 수술 결정이 이뤄진 편입니다.

명 실무관은 "근무지(주남아공대사관)에서 장기간 자리를 비워 직장 동료에 대해 미안함과 함께, 혹시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올 경우 비행기·병원·휴가 일정에 차질이 생겨 나 때문에 이식수술까지 차질을 빚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습니다.

동생도 가족에 대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1년간 어쩔 수 없이 병가를 내게 돼 예천군청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했습니다.

명 실무관은 "수술 후 경과는 대부분 수치가 기대 이상으로 좋아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 건강한 상태"라며 "수많은 분의 기도와 도움의 손길, 박철주 대사를 비롯한 주남아공대사관과 외교부의 의료검진 배려 덕분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또 "우리 남매는 앞으로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당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와 코람데오(Coram Deo·하나님 앞에서)의 자세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