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따라 성 바꿨다면…대법 "母 종친회 소속"

성인이 된 후 어머니의 성과 본관을 법적으로 변경했다면 어머니 쪽 종중의 구성원이 맞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한 종친회를 상대로 낸 종원(宗員) 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1988년생인 A씨는 2013년 서울가정법원에 성·본 변경허가신청을 해 허가를 받은 뒤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했다. 이듬해 A씨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종중은 구성원을 부계혈족으로 제한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관습이 있다며 거부했다. 선조의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이라고 하더라도 모계혈족인 경우 종원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대법원은 관습상 단체인 종중을 공동선조 후손 중 성년 남성을 종원으로 해, 혈족이 아니거나 여성인 경우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구성원이 된다며 기존의 관습법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이 판례를 언급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어머니의 성과 본관을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게 된 후손의 종원 자격을 아버지의 성과 본관을 따른 후손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며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출생 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한 경우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최예빈 기자]